▲ 이재원 대전시립 한가족 노인병원 이사장
정신과 전문의 |
하지만 요양병원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요양병원의 순기능이 너무 왜곡되고 축소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저희병원 가장 좋은 1층에 가족 상담실이 있고 여기에서는 종종 삶의 한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목격하곤 합니다.
“형이 재산을 다 갖고 있잖아. 그러면 어머니를 형수가 모셔야 하는 것 아니야?”, “야! 형수는 직장을 다녀야 하고 제수씨는 집에 그냥 있잖아”, “형 집은 방이 4개잖아. 나는 집이 좁아 힘이 들어”, “그럼 평생 내가 모시랴? 이제 너도 좀 모셔야지.”
이쯤 되면 서로 기 싸움이 극에 달하고 결론은 형제간의 정이 완전히 깨지게 됩니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드는 원흉일까요?
부모는 집에 모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농촌생활환경처럼 대가족이고 주변 이웃과 형제처럼 지내던 시대에는 노인정신의학적으로도 집에 계시는 것이 인지기능의 유지를 위해 좋습니다.
당연히 집에 계셔야 하고요. 하지만 좁은 아파트에서 손자들은 학교 공부로 늦게 들어오고 자식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이웃과 단절이 되어 있는 도시생활에서는 오히려 리모컨 하나 달랑 드리고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독방 감금생활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치매나 와상 환자들이 병원에 오면 3주정도 지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 집니다. 그 이유는 주변에서 활기참과 좋은 자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프로그램과 자원봉사 등으로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면 그것만으로도 환자들의 인지 기능은 눈에 띄게 좋아지거든요.
비록 옆에 치매환자가 똥을 싸고 소리를 질러도 그 자극이 없는 상황보다 나은 환경입니다.
사회적 자극이 없는 것은 정신적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 돌보는 이 하나없이 집에 모시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사회적 자극을 받으며 인지기능을 되찾아 가는 것이 노인들에게는 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간병 역시 소리 없이 열과 성을 다해 돌보는 천사 같은 간병사들을 보면 이분들은 날개 없는 천사들이라 느낍니다.
가족처럼 돌보며 사랑과 애정을 주는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 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이제 부모가 치매나 와상 뇌출혈, 파킨슨병과 같은 병에 걸리면 이는 사회적으로 서로 책임을 져야 할 문제고 누구하나 독박을 써야하는(모시는 며느리가 되겠죠)것이 이제 아니라는 인식이 빨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정보를 모아 가장 좋은 병원을 찾고 십시일반 경제적 힘을 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저를 포함한 요양병원 운영자들은 노인문제에 있어서는 사회적 공인이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더 좋은 환경과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 하겠습니다.
요즘 요양병원들은 미술치료를 비롯한 음악치료, 레크리에이션 활동, 종이접기 활동 등 노인들을 위한 각종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갖고 있고, 신체 치료를 위한 재활과 한방, 전문 치료 등의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어두운 부분만을 보지말고, 노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좋은 병원을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병원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좋은 병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는것이 진정한 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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