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고유영역을 내주면서 저축은행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개인신용대출이었다.
하지만, 2002~2003년 카드사태로 불거지면서 소액신용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첫 번째 실패를 맛보았다.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2002년말 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14.7%에 달할만큼 늘어났는데, 2004년말 연체율이 60.8%로 치솟으며 완전히 망가졌다.
결국 저축은행의 소액대출은 2007년 6월말 총대출의 1.8% 규모로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저축은행내 M&A를 허용했고, 대형화된 저축은행들에 PF대출은 위축됐던 저축은행의 영업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다가왔다.
PF대출은 수익성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큰 대출이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즉, PF 사업장 한 곳의 대출수요가 수백억원으로 소액신용대출 1인당 한도인 300만원이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달콤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저축은행의 경영난은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PF 대출잔액이 전체 대출잔액의 71.8%를 차지할 정도로 PF대출에 대한 쏠림현상이 매우 심각했다.
현재의 저축은행의 부실은 저축은행의 본래의 설립목적보다는 이익실현에 중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저축은행의 설립목적인 지역의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그리고 서민들을 위한 금융거래보다는 PF대출을 주요 목적으로 하면서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이와 같은 저축은행의 부실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저축은행의 경영진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책없이 몸집만 커져버린 대형화로부터 촉발되었다는 측면에서 대형화의 문제점을 간파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감독정책 및 사후관리가 대형화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저축은행 105곳 가운데 금융감독원 간부들을 감사로 선임한 저축은행이 19개에 이르는 사실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감독의 소홀은 저축은행의 무리한 투자와 방만한 경영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정책까지 추진했다. 원래 저축은행간 M&A는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2005년과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 이 규제를 풀면서 저축은행간의 대형화를 유도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키지 않고 다른 저축은행에 매각하거나 가교저축은행 방식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2008년말 이후 저축은행의 숫자는 106개에서 105개로 1개가 줄어드는데 그쳤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4년 사이 정리된 저축은행이 130곳에 달했던 것에 비교하면 저축은행의 퇴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부실 저축은행을 저축은행이 인수하다보니 부실이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즉,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측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저축은행이 또다시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특히 계열 저축은행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PF사업장 한 곳에 집중적으로 대출하는 등 쏠림현상을 초래하다보니 부동산경기 침체가 낳은 'PF 부실'이라는 지뢰를 밟고 결국 터져버리게 되었다고 본다.
현재 저축은행 해결방향에 대해 정부의 정책방향과 이에 대한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저축은행의 부실의 원인과 저축은행의 설립목적에 기초해 효과적인 대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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