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경]편리함으로 잃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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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경]편리함으로 잃은 것은?

[문화초대석]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 승인 2011-02-27 12:47
  • 신문게재 2011-02-28 20면
  • 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 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 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언제부터인가 문화와 예술에 산업이란 개념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인류의 삶에 필요한 것,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생산해내는 것을 산업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기왕이면 짧은 시간에 많이 생산하여 보다 저렴한 가격에 풍족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결과 산업혁명이 탄생했다. 문화와 예술에 산업이란 개념을 주입시킨다는 것은 문화와 예술도 이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겠다는 것이다.

즉, 보다 많은 예술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음반을 만들고 DVD를 만드는 것, 또 전 세계 유명 갤러리의 그림들을 애플리케이션화하여 손쉽게 모바일을 통해 접속,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거대 자본을 통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여 전세계 수많은 영화관을 통해 상영함으로써 투입자본대비 수십배를 벌어들인다든지 등이다.

실제로 과거와는 달리 현재 예술작품, 공연물 등이 과거와는 다른 개념의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연예술·예술작품이 무대에서가 아닌 기기나 영사막 위에서 재생됨에 따라 시·공(時·空)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워지게 되면서 이러한 산업의 개념 즉 수요와 공급의 폭발적인 증가가 가능케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와 예술의 산업화가 가져온 순기능은 다음과 같다. 음반을 통해 우리는 티켓가격의 수십배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최고연주자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무한 반복으로 아무데서나 원하는 만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레퍼토리를 단기간에 섭렵할 수 있고 수많은 대가들의 연주를 단돈 얼마에 비교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오르셰미술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 미술관 등의 소장품을 몇가지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모바일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그것도 친절한 작품설명까지 곁들여서…. 뿐만 아니라 최고의 발레공연, 오페라, 뮤지컬을 편안한 소파에 기대어 감상할 수도 있다. 주역 배우들의 생생한 몸동작, 표정까지도 세세히 살피면서…. 이러한 순기능들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 그 감상의 양에 비해 감상의 질이 향상 되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게 아닐까 반문하게 된다.

미술도감을 통해 밀레의 만종,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수많은 대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지만 미술 애호가들의 진정한 꿈은 그 그림을 직접 날아가 있는 그대로 감상하는 것이다. 도감을 통해서만 봤던 고흐의 해바라기를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서 직접 보게된 순간 그동안 머릿속에 자리했던 노란색과 너무 다른 레몬빛 노란색에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는 한 미술 애호가의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술 작품의 경우 이처럼 진품과 촬영된 도감 사이에 엄연한 감동의 차이가 존재한다.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술 작품의 경우 진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진열된 장소의 차이,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의 심리적 변동 등 감동의 증폭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두가지 정도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음악의 경우 연주자에 따라, 연주 장소에 따라 또 감상자의 심리에 따라 원작이 주는 감동은 다양하게 변하며 증폭된다.

문화예술의 산업화로 우리는 소스와 기계를 통해 손쉽게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감동의 변동, 증폭 가능요소를 없애버리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우리는 대가(大家)의 연주를 음반을 통해 값싸게 감상한다. 하지만 늘 똑같은 박제(剝製)된 감동을 얻게된다. 이보다 더 큰 우(愚)는 그 편리함에 안일해져 그 이상을 상상하지 못하고 접하려 들지도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산업화가 달갑지 않은 이유이다. 산업화가 가져온 양적 풍성함을 질적 풍성함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스스로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공연장을 방문, 살아있는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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