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혈투]우리끼리 왜 싸워야 하는 거지?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혈투]우리끼리 왜 싸워야 하는 거지?

■만주 벌판 외딴 객잔에서 벌이는 세 조선병사의 팽팽한 심리스릴러 감독: 박훈정. 출연: 박희순, 진구, 고창석

  • 승인 2011-02-24 19:12
  • 신문게재 2011-02-25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광해군 11년. 명나라의 강압으로 청나라와의 싸움에 동원된 조선군은 치열한 전투 끝에 대패한다. 탈영병 두수가 숨어있던 외딴 객잔에 현명과 도영이 들어서고, 서로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들의 엇갈린 과거가 서서히 드러난다.

한명은 장검을, 한명은 단도를, 한명은 도끼를 들고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만주벌판에 쓰러진 외딴 객잔. 청나라 군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오는데. 죽을 둥 살 둥 서로 도와야할 판국에 이들은 왜 서로의 심장을 겨누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까.

‘혈투’는 피가 튀는 싸움을 뜻하지만 정작 병장기가 부딪치고 몸과 몸을 부딪는 격투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합을 맞춘 정교하고 화려한 무술도 없다. 대신 물고 물리는 관계의 긴장감, 그들은 왜 싸울 수밖에 없는지, 그 궁금증을 추진 동력으로 삼는다.

‘혈투’는 팽팽한 심리스릴러다. 그것도 한 공간에 가둬두고 밀도를 높인다. 세 사람 사이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드러낼 때의 긴장감은 숨이 턱 막힐 정도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거 장면을 통해 세 남자의 차례로 드러나는 세 남자의 비밀을 푸는 재미도 흥미롭다. 2인자의 설움을 털어내려 권력의 노예가 됐던 현명, 조정의 암투로 몰락한 양반가의 자제 도영, 부당한 거래로 전쟁터에 끌려온 두수. 세 사람의 싸움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구조, 부당한 사회구조가 빚은 부조리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영화의 약점도 여기에 있다. 과거 장면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표정만으로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여러 장면을 잇대어 계속 설명하려 든다. 그것도 부족해서인지 대사도 너무 많다. 영화 초반 숨죽이게 했던 긴장감은 막바지에 이르면 허탈해진다.

그럼에도 ‘혈투’는 몇 년간 나온 시대극 중 가장 독특한 형식과 소재의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박희순 진구 고창석 등 세 배우는 연기파답게 내공 있는 열연으로 화면을 꽉 채운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의 감독 데뷔작이다./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