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브레이브]황량한 서부…구원의 빛을 보았다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더 브레이브]황량한 서부…구원의 빛을 보았다

■아버지 복수 나선 소녀의 모험담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제프 브리지스, 맷 데이먼, 헤일리 스타인벨드

  • 승인 2011-02-24 19:11
  • 신문게재 2011-02-25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1880년대 미국 아칸소주. 아버지가 살해됐다. 열 네 살 소녀 매티는 복수를 다짐한다. 그녀는 악명 높은 연방보안관 루스터 카그번을 고용하고, 여기에 현상금을 노린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가 가세한다. 모험으로 점철된 여행이 시작된다.

이 소녀 맹랑하다. 살해된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러 와서는 울기는커녕 관 값을 흥정하고, 복수를 위해 ‘배짱이 두둑하다’고 알려진 보안관 루스터 카그번을 고용하면서 거금을 제안한다. 게다가 범인을 찾아 거친 황야로 떠나는 카그번에게 동행하겠다고 고집부린다. “어머니는 정신줄을 놓았고 동생은 아직 어리니 내가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는 겁 없는 소녀. 열 네 살이라면 누가 믿을까.

‘더 브레이브’는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서부극이며, 당돌한 소녀의 모험기다. 찰스 포터스의 ‘트루 그릿(True Grit)’이 원작으로, 1969년 헨리 헤서웨이 감독, 더 중요하게는 웨스턴의 전설 존 웨인이 주연을 맡은 ‘진정한 용기’의 리메이크 작이다.

코엔 형제는 존 웨인의 무게를 훌쩍 벗어 던진다. 포터스의 원작에 충실한 버전을 만들겠다는 데야 제 아무리 존 웨인이라 해도 토를 달긴 어려울 거다. 10대 모험극 같은 원작의 맛과 존 웨인이 잊었던 위트를 십분 살려낸다. 조숙한 소녀 매티의 시선으로 바라 본 어른들의 세계는 종종 참을 수 없는 웃음으로 그려진다.

매티 역의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발견이다. 앙다문 입매무새와 반짝거리는 눈의 이 당돌한 소녀는 이미 크리틱스 초이스 신인상, 시카고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에 이어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노린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다시 보기 힘들 당찬 여성 캐릭터 매티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허풍과 과시로 가득한 사내들이 복수심에 가득한 소녀 덕에 성장하고 구원으로 향하는 이 유쾌하고 기이한 이야기는, 거친 황야를 이상한 나라로 담아낸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로 힘을 얻는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어딘가 모자란 남자’들은 여전하다.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제프 브리지스의 캐그번은 술독에 빠져 보기 민망한 실수를 연발하고, 압권은 콧수염 턱수염으로 파격 변신을 한 맷 데이먼. 현상금을 노리는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로 분한 그는 등장 분량은 적지만 시쳇말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한다.

세 사람의 아웅다웅 위험천만 유쾌한 모험담이 이어지던 영화는 막바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아버지를 위한 복수가 과연 진정한 용기였는지 묻는 것이다.

코엔 형제는 “세르지오 레오네 풍의 웨스턴 오페라도, 존 포드 풍의 비극적인 웨스턴을 찍을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낭만적인 웨스턴으로도 뽑아냈다. 냉소와 애수가 가득한 멜로드라마로 봐도 빼어난 수작이다. 코엔 형제의 골수팬들은 그간 보여준 문제의식이나 괴짜 근성이 없다고 서운해 할지 모르겠지만 서부극다운 서부극을 기다려온 웨스턴 팬들에겐 반가운 영화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으로 손색이 없다./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