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3 이웃과 함께한 봉사시간

9153 이웃과 함께한 봉사시간

“봉사는 베푼만큼 돌려받는 적금과 같아” 10년째 복지시설·독거노인 후견인 역할

  • 승인 2011-02-24 17:14
  • 신문게재 2011-02-25 5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창간 60주년 나눔사회 캠페인 365일 36.5도>

“어르신 진지 잘 챙겨드시고 무슨일 생기면 저한테 전화주세요.”

▲ 강정우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금산지구협의회장이 24일 오전 금산군 금산읍 상리의 한 주택에서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찾아 안부를 전하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강정우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금산지구협의회장이 24일 오전 금산군 금산읍 상리의 한 주택에서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찾아 안부를 전하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24일 오전 금산군 금산읍 상리의 한 주택.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노인 손을 꼭 잡은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대하 듯 거동할 수 없는 노인의 다리를 정성스럽게 주물렀다.

또 집안 이곳저곳을 살피며 손 볼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적십자사 봉사회 노란 조끼를 입은 그는 강정우(65) 금산지구협의회장이다. 강 회장은 수년 전부터 독거노인인 장용명(88) 옹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적십자사 내에서 이름난 '봉사활동의 선구자'다.

지난 2001년부터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지났다. 적십자사가 공식 인정한 봉사활동 시간만 무려 9153시간에 달한다. 봉사활동과 첫 인연은 우연치 않ㄹ게 시작됐다.

강 회장은 “적십자회에서 이발 봉사활동을 간다는 소식에 이용사 자격증이 있던 나는 봉사단을 따라갔다”며 “그곳에 가보니 27살 된 장애 청년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온몸에 냄새를 풍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머리를 깎으려 청년의 머리를 돌려보니 피가 흘렀고 등에는 욕창, 바지는 오줌범벅이었다”며 “당시 이발기를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내가 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불우한 성장 환경도 봉사활동의 길에 접어든 이유가 됐다. 그는 한국전쟁 때 부친이 인민군에 끌려가 행방불명 된 이후 모친과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다.

강 회장은 “막노동, 신문배달, 책 외판원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하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인 이웃들을 생각하게 됐다”고 성장과정을 밝혔다.

봉사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강 회장은 이후 금산지역 불우이웃과 복지시설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사랑을 베풀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보람도 많았다. 강 회장은 “지난 2003년 휠체어 장애인과 칠백의총을 갔다가 그곳에서 수백m 떨어진 인근 사찰을 구경하려 했는데 휠체어 길이 없었다”며 “하는 수 없이 노인 1명씩을 등에 업고 사찰로 갔다”고 말했다.

이어 “1년이 지나 칠백의총에서 사찰로 이어지는 휠체어 길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는 진정으로 노력하는 봉사단원의 모습이 관계기관을 감동시킨 사례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강 회장은 봉사활동을 '정기 적금'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내가 부은 돈 만큼 나중에 되돌려받을 수 있는 적금과 같이 봉사활동도 내가 남에게 베푼 만큼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힘이 닿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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