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농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망언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엄청나]농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망언들

[중도 프리즘]엄청나 전농 충남도연맹 정책실장

  • 승인 2011-02-24 14:21
  • 신문게재 2011-02-25 21면
  • 엄청나 전농충남도연맹 정책실장엄청나 전농충남도연맹 정책실장
▲ 전농 충남도연맹 정책실장
▲ 전농 충남도연맹 정책실장
백신접종이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남에서만 매일 5건 이상의 구제역 의심신고(방역대 안에서의 의심신고)가 이어지며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이 전국적으로 4500농가 23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살처분으로 가축을 잃은지 여러날이 지났지만 보상과 관련해서는 당국으로부터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당장의 생계가 곤란한 지경이라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계속되는 정부 당국 책임자들의 자세는 귀를 열어두고도 들을 수 없는 수준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 12월 13일 한미FTA설명회에서 농민들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다방농민'이라는 발언을 했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장관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으로 농민들을 불안하게 했으며, 이후 '개념 없는 축산농가와 지자체의 초기대응 미흡'으로 구제역이 확산되었다는 고위당국자의 발언은 축산농가의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이후 대책으로 나온 정책들은 축산농가 개인에게 무게를 두게 하여 책임을 회피하려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지난해 12월 2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농민들이 보상금 타서 골프여행 간다'는 등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기획재정부내에서는 추경 없이 2조7000억원의 예비비 내에서 방역비와 보상비를 맞추어 보겠다는 막말도 나왔다. 결국 이런 막말과 망언들은 농민들은 무시해도 된다는 사회저변의 인식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급기야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인 정운천 한나라당 구제역 대책위원장의 망언으로 이어진다. 정 대책위원장은 매몰지에서 흘러나오는 핏물로 유기농사를 짓자고 기염을 토했다.

비단 농업농민을 천대하는 인식은 정부당국자만의 것은 아니다. 안희정 지사는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지자체 차원의 최소한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쌀 농가에 '혁신하라'며 돈되는 농업으로 전환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직불금은 농민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더불어 그는 “이미 여러 가지의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다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글도 남기면서 농민을 보조금이나 타먹는 집단으로 매도했다.

과연 농민들이 도덕적으로 타락 하였는가? 농민들은 보조금에만 혈안되어 농사일을 허투루 하는 집단인가? 농업의 일방적 희생을 담보로 추진되어온 수입개방정책의 산물이 보조금임에도 마치 농민을 비윤리적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정부가 농업용 면세유의 선진화를 꾀한다며 지금까지의 방식을 뒤로하고 농어업경영체에 등록한 농가에 한해 면세유를 지급하고 있다. 결국 남의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의 상당수가 실제 경작여부와 상관없이 면세유를 포기하게 되었다. 농민들은 이번 면세유 정책을 바라보면서 “나도 면세유 없이 농사짓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한다. 농산물 값이 생산비를 보장하고 제값받으면 치사하게 면세유 달라고 하지 않고 당당하게 농사짓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가장 타락한 집단은 정치인이고 그다음이 관료라고 하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농민들은 정부가 하자고 하는 대로 묵묵히 일해 왔다. 하지만 작년 한 해만해도 농민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상기후와 태풍피해 그리고 구제역 등의 천재지변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농업이며, 30년만의 대흉작을 겪고도 전체 농가의 60%에 달하는 쌀농가들은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면서 어마어마한 적자 농사에 시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놀 수 없어서 농사짓는 것이지 큰 돈을 바라며 농사 지으면 결코 농민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농정의 핵심은 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얄팍한 장삿속으로 수입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농정 철학의 빈곤함은 진정 우리 농업 농촌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그 회사의 생산성을 좌우하듯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에 대한 적절한 소득 보장과 대사회적 관심은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위상을 반영하는 척도다. 결코 농업을 축소하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해서는 충분하고 안전한 국민의 먹을거리를 담보할 수 없음을 지금이라도 정부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5 자전거 타고 '행복도시 명소' 투어....4월 26일 열린다
  2. 박수현 "세종 행정수도 서울 경제수도…李 의지확고"
  3. K리그1 1·2위 맞대결…19일 대전하나시티즌vs김천 상무
  4. 세종 아파트값 1년 5개월만에 상승 전환…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 향후 상승 관측
  5. [박현경골프아카데미]백스윙 어깨 골반 회전! 당기서, 누르고, 돌려주세요
  1. 충남산림자원연구소 매각부지 활용안 찾는다
  2. 천안검찰, 2만5000원에 롤 계정판매 사기 혐의 '벌금 50만원' 구형
  3. 대전교통공사, 장애인의날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 무료운행
  4. 책 읽기 좋은 날
  5. 세종충남대병원 서정호 교수, 학대예방경찰관 대상 교육 실시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일단 용산 다음은 靑…" 발언에 충청반응 싸늘

이재명 "일단 용산 다음은 靑…" 발언에 충청반응 싸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집권 시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집무실로 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단계로는 청와대를 신속히 보수해 들어가고 최종적으로는 개헌을 전제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6·3 조기대선 정국에서 차기 대통령 집무실 위치가 뜨거운 화두로 오른 가운데 그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으로 주목된다. 이 후보는 18일 오후 MBC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와 '만일 당선되면 대선 직후 대통령 집무를 어디로 시작할 것이냐'는 김경수 경선 후..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국토교통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기존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정을 조정한다.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요건에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하고, 재건축진단(옛 안전진단)은 세부평가 항목을 늘려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대전에서도 노후아파트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절차 진행에도 활로가 뚫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령' 하위법령 개정안을 18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재건축진단 기준' 하..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가 저출산과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 속 전국에서 유일하게 결혼과 출산 지표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의 기업유치 및 다양한 청년 우선 정책이 빛을 발한 것으로풀이된다. 대전시에 따르면 과거의 대전은 교통과 주거 등 인프라 측면에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그러나 지금 대전은 행정당국의 '기업 유치-대전 정착-결혼-육아-노인 복지'로 선순환 정책이 자리를 잡으면서 청년 세대에게 '살고 싶은 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했다. 대전 청년 정책의 효과는 통계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을 즐기자’…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인산인해’ ‘과학을 즐기자’…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인산인해’

  • 책 읽기 좋은 날 책 읽기 좋은 날

  •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