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랙 스완]날고 싶다… 비록 날선 칼날 위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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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블랙 스완]날고 싶다… 비록 날선 칼날 위라고 해도

■흑조를 욕망한 백조의 핏빛 도발 감독:대런 애로노프스키, 출연:나탈리 포트먼, 밀라 쿠니스, 바바라 허시

  • 승인 2011-02-24 14:09
  • 신문게재 2011-02-25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뉴욕 발레단 발레리나 니나 세이어는 선배 프리마돈나 베스가 은퇴하자 '백조의 호수' 주역 오디션이 도전한다. 예술 감독 토마스는 니나가 백조로선 흠잡을 데 없지만 흑조의 관능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여기는데….

흰 고니(白鳥)가 검은 고니(黑鳥)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먹물로 깃털을 검게 물들이면 검은 고니가 될까. 하나 비와 바람, 시간은 언젠가 원래 깃털로 돌려놓을 것이니 완벽하진 않다. 흰 깃털을 모조리 뽑아내고 검은 깃털을 일일이 꼭꼭 심는 건…. 그에 따를 끔찍한 고통은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블랙 스완'은 검은 고니를 욕망하는 흰 고니의 심리스릴러이고, 흰 깃털을 뽑아내고 피투성이가 된 몸에 검은 깃털을 일일이 심는 처절한 이야기다.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하다.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보다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과정, 그 속에서 벌어지는 백조와 흑조 간의 끊임없는 자리다툼을 비추는 '거울'의 영화다.

뉴욕 발레단 소속의 니나는 모든 발레리나들이 꿈꾸는 '백조의 호수'의 프리마돈나로 발탁된다. 하지만 이 작품의 프리마돈나는 순수미의 상징인 '백조' 오데트와 왕자를 유혹하는 관능의 '흑조' 오딜을 동시에 연기해야 한다. 니나는 순수한 백조 오데트에는 적역이지만 흑조 오딜의 도발적인 관능미가 부족하다는 평가에 불안해한다.

니나가 우아하고 사랑스런 백조에서 관능적인 몸짓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흑조로 변해가는 과정은 경탄할만한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니나가 1인 2역을 하는 과정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소름끼치는 반전은 충격적이다.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은 강박에 빠진 니나의 내면을 거울과 환각, 환청을 통해 보여준다. 짧고 강렬한 클로즈업과 화려한 카메라 무빙, 색감의 대비로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사라져 미로가 되어버린 니나의 '심리적 현실'을 상상하게 하기보다 관객이 유사 체험하도록 이끈다. 그것은 너무 음울하고 공포스러워 눈을 뗄 수 없는 이 영화에서 종종 눈을 감고 싶게 만든다.

감독의 연출 솜씨가 놀랍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다.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백조, 하지만 흑조의 잔영이 날갯짓하며 뛰어나오려 파닥거리는 백조, 그리고 이카루스의 비상처럼, 흑조를 욕망하며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복잡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춤에도 열성이 느껴진다. 어렸을 적 배운 발레가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포트먼은 정상급 발레리나 역을 소화하기 위해 10개월 동안 하루 8시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갈비뼈 부상을 입기도 했다.

영화 후반, 흑조 오딜이 춤추는 32연속 푸에떼 앙 투르낭, 즉 32회 연속 회전하는 니나의 몸에 검은 깃털이 돋아나는 장면은 관객들을 전율케 하는 클라이맥스인 동시에 포트먼의 발레가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혼신을 다한 연기. 나탈리 포트먼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이어 '아카데미의 여왕'으로 등극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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