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신흥동에 사는 서모씨(42)는 지난 22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씨는 이날 밤 11시쯤 서구 만년동에서 선배들과 술 한잔 후 대리운전콜센터에 대리운전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는 1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콜센터에 확인했지만 “신흥동에 들어가겠다는 대리운전자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씨는 ‘바쁜 시간대라서 그렇겠지’라며 너그러이 생각했다.
서씨는 다시 다른 대리운전콜센터에 대리운전자 호출을 접수했다. 역시 15분을 기다렸으나 연락이 없어 콜센터에 확인한 결과 답은 “신흥동에 가겠다는 대리운전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뿔이 난 서씨는 길가던 대리운전자에 구원(?)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또한 “신흥동은 가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신흥동을 가겠다는 대리운전자가 없어 그는 길거리에서 30여분을 허비해야 했다.
결국, 서씨는 시내권이면서도 대리운전비(8000원)의 2배가 넘는 2만원을 지불하고 끓어오르는 속을 억누르며 귀가했다.
대리운전자들이 이 처럼 시내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동구 신흥동과 낭월동, 가양동 등 일부지역의 대리운전을 꺼려 음주 자가용운전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다른 지역과 연계가 잘 안돼 돈 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동 시간상 1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는 꺼리다는 게 대리운전자들의 설명이다.
대리운전비 8000원을 받고 들어갔다 콜센터에 일부를 떼주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대리운전자들은 이에 따라 10분 내 거리로 이동하는 ‘음주 차량’을 선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리운전 피크시간대에는 관저지구는 물론, 노은지구까지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한 대리운전자는 “1시간에 보통 2콜정도는 타야 새벽까지 일하고 그나마 몇 만원 챙겨갈 수 있다”면서 “ 때문에 대리운전자들이 멀리 가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외곽지역의 경우 5000원정도 얹어준다고 하면 대리운전자들이 간다”고 귀띔했다. /백운석 기자 b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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