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중등교육 반성과 각오,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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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호]중등교육 반성과 각오, 이대로는 안 된다

[목요세평]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 승인 2011-02-23 14:10
  • 신문게재 2011-02-24 20면
  • 도한호 목원대 총장도한호 목원대 총장
▲ 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 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필자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1950년대 말에는 모든 학교가 하루에 여섯 시간 수업을 했고,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는 집안일을 돕거나 마음껏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은 도시에는 학원이 없기도 했지만 학원에 다니며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거나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었다.

나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구성공원과 낙동강변, 학교에 행사가 있는 날은 멀리 소수서원과 하회마을까지 다니며 여유를 만끽했다. 그런데, 근래 학생들의 일과는 가히 중노동자의 일과와 같은 것이다.

방과후 수업과 과외와 학원 수업이 공사 간에 정례화 되다보니 쉴 틈이 없다. 최근에 내가 만난 한 고등학생은, 경쟁에 대한 부담과 과외 수업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혹사당하던 과정을 마치고 졸업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다보니 긴장이 풀리고 지나간 학창생활이 마치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 같이 생각되어서 졸업식 때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 화끈하고 '쿨한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함께 몰려가서 술을 마시거나 서로의 옷을 벗기는 놀이를 하거나 신입생에게 밀가루 덮어씌우는 이벤트라고 하면서 생애에 단 한 번 있는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일회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니 어른들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유가 어디 있건 학교는 도를 넘는 행사를 지양하도록 지도해야 하고 경찰은 행여 가혹행위를 당하는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 당국과 교육자는 이를 스스로 정한 교육정책과 베푼 교육의 결과가 무엇인가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졸업식 뒤풀이를 하려고 모인 학생들을 마치 조직 폭력배나 범죄 집단을 단속하듯이 퇴로를 차단하고 일망타진 했다느니 포위해서 체포했다는 등의 매스컴 보도는 우리 교육자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드러난 일부 젊은이들의 행위만 문제 삼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나 자신 출판 문화인으로 교육자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교육의 난맥상을 개탄하고 혹은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으나 소청이 막히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도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중등교육 난맥상의 원인은 먼저 우리 일선 교육자들의 무사안일주의와 교육 당국자들의 정책적 판단 착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학생을 돕는다면서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자정에 입시공부를 시키고, 사설 학원을 양성해서 스스로 공고육의 목을 조르며,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근간인 징계마저 금지하려는 나라에서 어떻게 바른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진정한 교육이란 학교에서는 공부할 여건을, 일과 후에는 스스로 자습할 기회를, 저녁에는 취미 생활을, 밤에는 잠자게 하는 것이지,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경쟁의 가마솥에 넣어 진종일 다그치다가 자정에 집에 돌아가서 또 다시 텔레비전 앞에 앉히는 것이 무슨 교육인가.

몇 년 전에 국제회의로 태국 방콕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오후 시간에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에 거리를 산책하다가 큰 도로를 가로질러 종이쪽지 하나씩을 들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 줄지어 서 있는 청소년들의 긴 행렬을 보았다. 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친절하며 심성이 고와서 나는 스스럼없이 그들에게 다가가서 왜 이렇게 길가에 서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이 내게 한국 사람이냐고 묻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반가워하면서 전단지 하나를 내밀었다. 그것은 한국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힙합 그룹의 공연 프로필이었다. 그들은 입장권을 사기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이 이 그룹을 잘 아느냐, 한국에서 랭킹이 어느 정도냐 하고 묻기에 나는 그 그룹을 알지 못했지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원 오브 베스트 그룹스”라고 했고 젊은이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한 이름 없는 힙합 그룹의 공연이 외국에서 그처럼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는 국위를 선양하고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기성세대 뿐만 아니라, '젊은 그들'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이후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한 텔레비전의 각종 쇼프로그램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용모도 단정하고 태도나 말씨도 절도를 갖추고 무엇보다 스스로 후배들을 격려하고 겸손해하는 것이 놀랍게 보였다.

교육의 문제점은 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걸작(?)이다. 졸업축하를 한다면서 약한 친구의 옷을 벗기고 후배들에게 밀가루를 퍼붓는 등의 전통(?)은 버려야 하겠지만 집에서는 순한 양 같은 내 자식이 거리에 나가서는 왜 그렇게 하느냐 하는 것을 교육자들이 먼저 반성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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