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공정사회는 올바른 사회이어야 하며 올바른 사회는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 진실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공정사회, 올바른 사회와 거꾸로 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 참으로 유감스럽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세우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사실상 공식 폐기되었다. 상당한 이유와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조차 생략되었다. 공약집에 분명히 있는데도 “공약집에 없다”라고까지 하였다. 공약이 무엇인가? 정당이나 입후보자가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대통령의 공약은 과학벨트 문제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 공약인 '747'을 살펴보자. 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임기를 2년 남긴 지금, 어느 것 하나 달성된 것이 없고 또 달성되리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선거 때 표를 의식하여 달콤한 공약으로 표를 얻고, 막상 당선된 후에는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면 공약을 믿고 투표한 국민들은 무엇인가?
지난 설 명절에 상경 열차 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고향 가는 길'이란 책자를 읽었다. 무려 16쪽을 할애하여 공정한 대한민국을 역설하였다.
'지난해 OECD 국가 중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신흥국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선 우리의 저력이 이제 삶의 현장에서 실현 된다'로부터 시작해 '중산층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는 교육, 학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되는 풍토, 자립기회를 제공하는 금융지원,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배려하는 의료복지…. 경제성장의 온기가 구석구석 퍼지고 누구나 노력하면 잘사는 나라, 공정한 대한민국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읽는 필자에겐 왜 공허한 소리로만 들렸을까?
묻고 싶다. 물가는 폭등하고, 구제역 재앙으로 농민들의 가슴은 찢어지고, 전세대란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은 한숨 쉴 힘조차 없다는데 이 상황이 경제성장의 온기가 퍼지는 상황이며 공정한 대한민국이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것인가? 최근 택시를 이용하면서 기사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그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은 차마 글로 옮길 수없는 악담이었다. 이런 소리는 당국자에게 안 들리는 것인가?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에 육박하지만 현 정부가 친 서민을 얘기할수록 서민과 비 서민으로 편이 갈리고, 공정사회를 말할수록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 부각된다'는 모일간지의 '지지율의 역설' 기사가 현실을 정확하게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에서 '사회정화'나 '서정쇄신'이 실패했던 이유도 지도자들의 언행불일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때문 아니었나?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사회로 나가자고 아무리 외쳐도 현실감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서민생활이 파탄으로 치닫는데 경제성장의 온기가 퍼진다고 홍보하는 것은 올바른 사회와 거리가 있는 것이다.
공정사회는 우리 시대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서민을 더 깊이 헤아리는 배려와 지도층의 언행일치가 꼭 필요하다. 지금의 상황들이 공정사회 실현이 무척 우려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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