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사 실적을 조작해 국내 관급공사를 수주한 의혹이 곳곳에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의 실적조작 적발에 앞서 지난해 청주지검의 충북지역 건설사와 최근 엔지니어링사의 몽골지역에서 용역실적 조작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건설사의 해외실적 조작은 단기간에 실적을 쌓아 국내 관급공사 입찰참가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브로커는 실적조작, 면허를 양도ㆍ양수하면서 이익을 챙겼고, 해외건설협회 직원도 관련돼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해외실적 조작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단기간 내에 실적 쌓기가 힘든 만큼 일부 건설사들이 쉬운길을 가려는 유혹에 노출돼 있는데다 검증시스템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달콤한 유혹' 해외실적 조작 =건설사의 실적은 공사 참여를 위한 자격이며, 허위실적은 마치 취업준비생이 학력과 경력을 속여 취업하는 것과 비슷한 행태다.
취업준비생이 이력, 학력을 속여 취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는 기업 입사는 당연히 취소된다.
이러한 행태가 건설업계의 입찰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건실한 건설사가 실적을 쌓아 국내 관급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수주실적을 쌓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해외실적을 조작한 건설사는 단기간에 쉽게 해외실적을 쌓아 국내입찰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해외 공사실적 조작혐의가 드러난 한 건설사는 지난 2004년 26억원, 2005년37억원, 2006년 34억원에 불과하던 공사실적이 2007년 244억원, 2008년 215억원으로 갑자기 늘었다.
이 업체는 높아진 실적 덕(?)에 국내 관급공사를 수주했고, 한해 한해 건실하게 실적을 쌓았던 업체는 입찰에서 떨어졌다. 결국 실적 부풀리기 업체 때문에 오히려 건실한 업체가 피해를 본 것이다.
▲해외실적 조작사례 이어져= 이번에 충남지방경찰에서 혐의가 드러난 A씨는 모두 17개 건설사에 2500억원의 해외실적을 조작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현재 검찰에 송치돼 보강수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청주지검도 해외실적을 조작해 국내 관급공사를 수주한 혐의로 충북의 건설사 대표 등 3명을 구속·입건되기도 했다. 심지어 몽골에서 허위로 해외용역실적을 쌓아 국내입찰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회사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10억원도 안 되는 실적을 보유한 업체가 갑자기 해외에서 수백억원의 공사수주를 한 것으로 실적 신고할 경우 누가 봐도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지난 1998년엔 국내의 대형건설사인 K 건설사도 해외실적을 위변조해서 국내 공사를 수주한 사례가 들통나기도 했다. 결국, 해외실적 위변조로 계약이 취소됐고, 회사임직원과 협회직원 등도 처분을 받았다.
▲관계당국의 강력한 조치 부족 =해외실적 조작사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해외공사 특성상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맹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이번 사례처럼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해외건설협회 직원까지 연루되면 사실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국내건설사가 해외시장에서 정당하게 공사실적을 쌓아 외화벌이에 나서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술력, 경험이 부족하고 국내실적이 미미한 중소건설사가 갑자기 높아진 해외실적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행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 건설업계에선 국내 관급공사를 수주하고자 해외실적을 조작해오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브로커 등을 통해서 노골적으로 일정 수수료를 제시하며 접근해 오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이 강력한 시스템구축 등 발본색원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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