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날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조선말과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 후의 모습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담은 외국인들이 많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설 나들이에 나서거나 꽃가마를 타고 신랑집에 들어가는 풍경 속 한국은 무척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대전 롯데갤러리는 다음 달 6일부터 29일까지 우리의 옛 모습을 되돌아보고 민족의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외국인이 그린 옛 한국 풍경' 전시를 연다.
엘리자베스 키스 作 '평양의 동대문' |
그들은 화려한 원색이 특징적인 다색목판화와 동판화의 세밀한 묘사기법을 사용해 개화기의 풍속과 조선의 경치, 한민족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절박하고도 치열했던 시대 상황을 극복한 한국민의 강한 생명력과 내면까지도 그려내고 있다. 비록 일본 목판화의 기법으로 그린 그림도 많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영국 출신 작가로 20세기 초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여행하며 그 곳의 삶과 풍경을 판화로 제작한 여류 화가다.
그녀가 한국을 3개월 정도 여행하면서 기록한 그림에는 일본과 다른 한국의 모습이 담겨 있다.
릴리안 메이 밀러 作 '노새를 탄 김씨' |
항상 무릎꿇고 앉아 있는 일본 여인들만 보던 작가는 당당한 한국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속에서는 지금은 볼 수 없는 평양의 동대문과 그 주변의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드레스덴 출신의 독일화가 윌리 세일러는 동판화로 한국을 그렸다. 어렸을 때 철판에 못으로 낙서를 해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세밀한 선을 긋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 것이다.
윌리 세일러 作 '휴식' |
억척스럽던 여인네와 삶의 한 자락을 놓지 않으려는 서민들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폴 자클레의 작품은 주로 인물 판화다.
아시아 지역의 젊은이를 주요 소재로 삼았으며, 원색에 가까운 화사한 색채와 가는 선에 의한 윤곽선의 처리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미지의 세계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양인 화가의 눈을 통해 우리의 옛 전통과 문화를 되돌아보고 소박하지만 강인했던 민족의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뜻 깊은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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