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처음에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질문이다. 우주 공간에 떠도는 수천억 개의 별에서 왔을까? 그 별들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또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어떤 물질이든 절대 온도, 즉 영하 273도 이하로 냉각시킬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절대 영시, 즉 그 이전에는 원리적으로 어떤 인과관계도 추적할 수 없는 과거의 한 순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우주의 현상을 관찰하여 시간을 역추적하면 절대 영시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절대 영시에 가장 근접한 시간은 최초의 100분의 1초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우주에 관한 원리와 법칙들을 총동원 하여 우주탄생의 최초 100분의 1초부터 시작하여 약 3분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5개의 화면으로 묘사한 것이다.
첫 번째 화면은 우주가 탄생한지 100분의 1초 후, 온도는 1000억 K(절대온도)이다. 이 때 우주는 완전한 열평형의 상태에 있다. 초기 우주에서는 높은 열 때문에 핵조차도 존재할 수 없고 전자와 양전자와 같은 핵자들과, 질량이 없는 광자(빛), 뉴트리노, 반뉴트리노 등의 입자들로 가득했다. 모든 입자들이 높은 온도와 강한 압력으로 인해 엄청난 밀도로 뭉쳐 있었고, 이 초기의 우주 안에서 입자들끼리 서로 반응을 일으켜 핵의 원료인 양성자와 그 수만큼의 중성자가 생겼다. 첫 번째 화면의 우주는 급속히 팽창하며 급속히 식어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화면은, 첫 번째 화면 이후 각각 0.11초와 1.09초가 경과되었을 때이고, 우주의 온도는 각각 300억K와 100억K였다. 우주의 내용물은 아직도 전자, 양전자, 뉴트리노, 반뉴트리노, 그리고 광전자가 대부분이며, 이들은 모두 열평형 상태에 있고,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환되어 핵자들의 구성비는 중성자 줄고, 양성자가 늘어났다. 중요한 변화는 세 번째 화면에서 뉴트리노와 반뉴트리노가 자유입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전자, 양자, 광자들과의 열평형 상태도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우주가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네 번째 화면, 13.82초가 경과하여 우주의 온도는 30억K로 내려갔고, 수소들이 결합하여 헬륨(He) 같은 안정된 핵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주기율표 맨 꼭대기에 있는 수소와 헬륨이 등장한 것이다. 다섯 번째 화면, 3분2초가 경과하여 전자와 양전자가 대부분 사라지고, 우주의 주성분은 광자, 뉴트리노, 반뉴트리노가 되었다. 그 후 핵자 즉, 전자와 양전자가 완전히 소멸되고 22~28%의 헬륨과 그 나머지는 거의 전부가 수소로 되어 있다. 이들이 초기 별들을 만든 재료가 되었다.
위 시나리오는 1965년에 펜지어스와 윌슨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3K를 사용해서 우주의 헬륨 생산 시기를 역산한 것을 기초로 서술된 것이다. 이로써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임이 밝혀졌다. 실로 대단한 과학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우주의 대폭발 이후 불과 3분 만에 우주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질의 원료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러한 이론들을 생각해 내고, 과학적 증거를 찾아낸 인간의 지적능력이 경이롭기만 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