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위기에 봉착하기 마련이지만, 그 대처 능력에 따라 천양지차의 결과로 희비는 분명 갈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한해는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증폭된 해였다. 3월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전사했고, 11월23일에는 북한이 서해 연평도를 포격해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2차례에 걸친 북한의 기습적인 무력 도발로 온 국민은 분노에 휩싸였으며, 희생자 유가족들은 황망하기 이를 데 없는 슬픔에 빠진 채 한 해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천안함 피격 1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북한은 자신들의 만행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도발을 부인하는 등 갖은 억측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다시 한번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돌이켜 볼 때, 지난 반세기가 넘게 대한민국의 안보는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위협받아 오고 있었지만, 우리의 안보관과 공동체 의식은 언제부터인가 점차 그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특히 오늘날 청소년들의 안보관 추락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금년은 6·25전쟁 발발 61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는 벌써 잊혀져 가는 역사가 된 듯하다. 지난해 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울초교 5,6학년생 387명 등 초·중·고교생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6·25발발 연도를 제대로 아는 학생은 50.1%에 불과했고, 천안함 침몰 원인을 모르는 학생도 36%나 됐다고 한다.
이러한 실상은 교육현장에서 안보교육이 사라진 탓도 있겠지만 분단의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도 탓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의 안보사건으로 국민들의 호국안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안보관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철저한 안보의식과 건강한 국가관으로 하나가 되어 튼튼한 국가안보를 바로 세워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과거를 잊고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미래 역시 준비할 수 없다고 하였다. 과거는 오늘의 거울이고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과거를 바로 보지 못하고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청소년들의 건강한 국가관 정립과 안보관 확립을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오늘의 나, 오늘의 대한민국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기꺼이 희생 헌신하신 국가유공자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것이므로 그 분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다.
역사에서 미래를 찾는 나라, 국가의 소중함을 느끼는 국민, 국가를 위한 희생을 존중하고 감사하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더 큰 대한민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국가적 위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3월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용사 1주기 추모식이 정부행사로 거행된다. 추모식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과 시민들은 국가보훈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추모식에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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