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제3ㆍ4대 시교육감ㆍ전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
그래도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어 기러기 북으로 날고, 꿩이 울기 시작한다는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머지않아 하늘과 땅의 조화로운 기운 받으며 봄빛을 풀어 놓으리라. 자연은 이렇듯 순리로 순환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언제부터인가 연말연초에 시의적절한 한자성어를 선택하고 사색하는 일이 관습처럼 자리 잡고 있어 관심을 갖는다.
지난 연말 교수들은 찾기 어려운 '장두노미(藏頭尾)'를 선택했다. 작년 한해 머리 숨기기에 급박해 꼬리를 감추지 못해 추락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청와대는 '지금의 노고를 통해 안락을 누린다'는 '일로영일(一勞永逸)'에 이어 올해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내야 한다.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한다'는 뜻을 가진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발표했다.
올해를 국운융성의 해로 삼아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선진국의 문턱을 단숨에 넘어가자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너 나 가릴 것 없이 위기를 좋은 기회로 만드는데 앞장서자는 대국민 메시지이리라. 그러면 반드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고, 경제도 계속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단합하기까지가 문제지 단합만 하면 신명을 바쳐 무엇이든지 이루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회로 만드는 핵인 단합은 소통을 바탕으로 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얼마 전 좌담회에서도 “앞으로 나부터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분야도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처음엔 퍽 신선했고 기대도 컸다.
그러면 지금은 어떠한 상황인가. 국민과의 소통, 언론과의 소통, 여야간의 소통이 있었는지 자문자답해 볼 일이다. 소통은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믿음이 가야 한다.
세상은 광속으로 변해도 국민들을 편하게 해 줘야 하는 정치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자는 “정치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하여 국가를 믿고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라는 의미로 말했다.
그러면 “부득이 셋 중 하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하고, 둘 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답하기를 “첫째는 군사력이고, 둘째는 먹을거리라고 보네. 그리고 어느 경우이건 국민들에게 믿음이 없으면 어떻게 국가를 존립시킬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로 답을 한 것이다.
국가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무신불립(無信不立)'으로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약속은 크건 작건 하기 전에 심사숙고(深思熟考)해야 하고, 했으면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석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특히 선거 때 당선을 전제로 한 공약일수록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최소한 공약 빚은 없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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