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전 서산 부시장 |
예방을 하여 피해를 막고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부분과 한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염화칼슘을 뿌린들 그 많은 눈에는 효과가 없다. 제설장비나 인력이 일시에 모든 곳에 동원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 몇 년, 몇 십 년 만에 한두 번 사용하게 될 제설장비를 많은 비용을 들여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아마 쓰지도 않을 장비를 사서 놀리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분을 일으키는 인터뷰를 꼭 내보내야 하는가? 야속했다.
요즈음,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방역으로 공무원과 군인·경찰이 엄동설한을 견디고 밤을 지새우며 소독에 나서고 있다. 쌓여있는 민원과 업무를 미루고 동분서주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매립지 때문에 법석을 피우고 있다. 규정대로 묻지를 않았느니, 매립지를 미리 확보하지 않았느니 할 수 있는 말들을 한마디씩 쏟아낸다. 당연히 침출수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유실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조치를 했어야 옳다.
그러나 당장 묻을 곳이 어디에 있고 지체하도록 용인이 되는가? 적지라고 해도 누가 자기 땅에 가축 공동묘지를 만들어도 좋다고 할 것인가? 우선 자기 축사나 농가 근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적지를 찾아서 옮겨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퍼트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동자체가 금지된 것이다.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매몰하지 말고 모두 소각처리를 해야 한다고 거들고 있는데 우선 충분한 소각처리장이 없을 뿐 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까지 이동을 할 수가 없다.
시설이나 차량자체가 절대로 부족하고 처리 할 수 있는 용량도 제한적이라 몇 날, 몇 달을 걸려 해야 할 일인데도 현실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가? 매립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니 또 몇 사람 문책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전국적으로 10명이 사고와 과로로 목숨을 잃고 1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산을 한 여성 공무원도 3명이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수의직 공무원이 살 처분을 할 가축에 독약주사를 놓고 눈물을 흘리며 “직업을 잘 못 선택한 것 같다”는 회한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는 약 98만 명이고 이중 지방 공무원은 34만 명에 이른다. 교육청 소속을 제외하면 28만 명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인데 119로 알려진 소방공무원도 지방공무원이다. 국가공무원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한 '국민의 머슴'이라면, 지방공무원은 그에 더하여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주민의 머슴'이기도 하다.
지방행정은 주민이 생활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행정이고 지방 공무원은 그 일을 맡아서 한다. 지방 공무원은 보초이고 기동대다. 무슨 일이든 먼저 달려가야 하고 어느 일이든 맡기면 해야 한다. 지난 해 추석 전 휴일, 서울 시내가 갑작스런 폭우로 물바다가 되자 귀향길에 올랐던 공무원들이 서둘러 발길을 돌려 왔는데도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았던가.
공무원들에게는 칭찬과 격려보다는 질책과 항의가 먼저일 때가 많다. 일이 고되고 힘이 드는 것보다 이러한 현실이 힘들고 서글프다. 그러나 머슴이 다소 잘못을 하더라도 칭찬하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사기만은 살려주어야 한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죄송스럽고, 이 글에 반론이 있더라도 이렇게 쓰고 싶다. 아마 이것이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뛰고 있을 지방공무원들의 소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여러분, 부디 힘내십시오. 이제 또 봄철이 되면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산불예방활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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