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후쿠오카 아시아태평양연구소는 후쿠오카시와 민간단체 등이 출연한 싱크탱크로서 후쿠오카를 '살고 싶은 도시, 남기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가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최근 시장에 당선된 37세의 다카시마 소이치 시장은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아시아 여러 도시와의 폭넓은 교류를 통해 사람과 환경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는 아시아의 리더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지니고 있다.
후쿠오카는 중세에 하카타로 불리며 해외교류의 거점으로서 자유도시로 번창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아시아를 무대로 뛰었던 하카타 상인의 기개와 활약상은 매우 눈부셨다. 후쿠오카는 과거의 찬란했던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교류함으로써 도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그 프로젝트 속에는 새로운 시대에 아시아와 일본을 연결하는 교류거점도시, 지성과 감성을 살린 창조도시, 쇼핑과 미식을 선사하는 국제집객도시,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등이 들어 있다.
그런데 후쿠오카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7대도시 안에 들어가 있다. 뉴욕 월가를 움직이는 투자전문지인 '배런스'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를 비롯해 후쿠오카를 포함한 7대도시를 발표 한 적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후쿠오카가 유일하게 7대도시에 포함되었다. 후쿠오카는 인구 145만명으로 일본에서 8번째로 큰 도시이자 헤이안시대부터 무역항으로 발달해 해외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해외교류의 거점이었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전후로 1년 내내 따뜻하며 철도가 발달해 규슈 각 지역의 주요 도시와 잘 연결되어 있다. 3월에는 신칸센이 가고시마까지 개통돼 하카타역이 대전처럼 중요한 중간역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후쿠오카 사람들은 신칸센이 전면 개통돼 관광객이 지나쳐 가는 통과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KTX 개통이 대전의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관심이 매우 높았다. 물론 대전의 경우,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지만 빨대효과가 약간 더 큰 편이고 앞으로 컨벤션산업과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집객 및 체류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해 줬다. 특히 후쿠오카가 대전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인접지역에 새로운 행정도시가 들어선다는 사실에 제2수도권으로 발돋움할거라는 기대감에서 작년 11월에 먼저 그들이 대전을 찾았고, 이번 답방을 통해 연구 및 인적교류협정을 맺게 된 것이다.
후쿠오카는 인구규모 뿐 아니라 도시의 기능상 교류의 거점이라는 점과 3차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비율이 88.3%로 87%인 대전의 산업구조와도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후쿠오카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다면 대전은 최근 언론에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도시 1위에 선정되었으니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다. 지속가능성 지표는 크게 네가지로 환경(1위), 사회(7위), 경제(13위), 명성(2위) 등을 종합하여 서울을 제치고 1위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대전이 아시아 최고도시를 지향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객관적 증거이기도 하다.
앞으로 대전의 지속가능성 관리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적 측면에서 총량적 부를 더 늘리는 일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적극적 유치는 물론 집객효과가 큰 위락공간과 명품축제를 개발해 나가는 것일 것이다. 더구나 대전은 후쿠오카가 갖고 있지 않은 과학기술개발의 역량을 지니고 있다.
아직은 대덕특구의 과학기술개발 자산이 지역의 산업과 연계되지 못해 우리 지역의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세종시가 정상적으로 건설되고 대덕특구에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구축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은 대전에서 뿜어 나올 것이다.
또 하나는 지속가능성 지수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사회지표를 끌어 올리는 일이다. 사회지표란 복지수준이나 사회적 자본, 즉 신뢰와 규범의 준수, 네트워크, 자원봉사 등을 의미하는데 환경지표나 명성지표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사회가 선진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게 사회질서를 확립하고 정직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오는 3월에 열리는 '인간도시 한일 콘퍼런스'를 통해 후쿠오카의 역사적 경험과 대전의 현재 자산을 잘 접목시켜 두 도시가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동반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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