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를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금리만 보고 퇴직금을 모두 넣었는데, 막막합니다.”
전격적으로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된 17일 중구 선화동 대전상호저축은행 본점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직원들조차 전날까지 아무런 낌새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것이다.
오전 7시 30분 금융위원회의 긴급회의 직후 대전저축은행 출입문에는 '영업정지 공고'가 붙었고, 출입문은 굳게 닫혔다.
8시 30분부터 고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불과 30분여만에 100명이 넘었다.
▲ 금융위원회가 대전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17일 오전 대전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대전저축은행 영업점 예금창구에 예금자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손인중 기자 dlswnd98@ |
50대 초반인 정금숙씨는 “아들 대학입학금을 위해 모은 1000만원짜리 적금 만기가 어제였다. 바쁜 일이 있어 하루 늦었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영업정지일이 만기일인 이명진(34)씨도 “적금 만기에 맞춰 여러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걱정”이라며 “이자는 커녕 원금만이라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2일부터 1500만원 한도의 가지급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는 직원의 설명도 소용없었다.
60대 후반의 모 고객은 “부실 얘기가 나와서 상담했더니, 걱정 없다고 해서 돈을 다시 입금했는데 며칠만에 이런 일이 생기냐.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항의했다.
시간이 갈수록 고객들은 몰려들었고, 걱정만큼이나 항의도 계속됐다. 창구안으로 진입하는 건 기본이고, 양복차림의 은행 간부가 나타나면 몰려들어 고함을 질렀다. 이른 아침부터 온 고객들 역시 여러 차례 설명을 듣고 5000만원 이하의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지만, 은행문을 선뜻 나서지 못했다.
특히, 대전저축은행 고객 상당수가 퇴직금을 비롯해 노후를 위해 목돈을 맡긴 노인들이라는 점에서 불안과 불신은 클 수밖에 없었다.
아들에다 며느리까지 데리고 온 김경수(68)씨는 “자식들에게 부담되지 않으려고, 꼬박꼬박 이자로 생활비를 보태는데, 큰일났다”고 하소연했다.
고객은 물론, 직원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고객 확보와 영업실적을 위해 지인을 총동원하고, 적지 않은 자산을 직장에 맡긴 직원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대부분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직원들도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다”며 “은행은 물론 고객들과 직원 모두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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