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훈]겪어봐서 아는 우리도 한마디 하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겸훈]겪어봐서 아는 우리도 한마디 하자

[중도 프리즘]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승인 2011-02-17 14:29
  • 신문게재 2011-02-18 21면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요즈음 시중에서 “나도 해봐서 아는데…”라는 대통령의 화법이 화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탐방하면서 만난 국민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고 격려할 때 쓰는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인생경험이 많은 분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누구를 만나든 간에 풍부한 실제 경험을 사례로 설명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좋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불편하다. 왜냐하면 “나도 해봐서 아는데…”하는 어법 자체가 한수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돼지띠다. 나는 군사쿠데타와 체육관선거로 권좌에 오른 전두환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내리 5명의 대통령선거에서 투표를 해봤다. 그리고 내가 사리 분별할 수 있었을 때부터 꼽더라도 박정희부터 현재까지 8명의 대통령을 겪어보고 있다. 독재자로 평가 받는 대통령부터 민주화 시대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켜본 것이다. 속된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명박 대통령께서 '좋은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이 되실 수 있도록 고대 하는바, 두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한다.

하나는 국민이 선망할 수 있는 높은 신의를 가진 정치인의 모범됨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로 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로 꼽았다. 그러면서 백성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를 조롱하거나 업신여기는 것은 모두 지도자의 탓으로 돌렸다. 왜냐하면 지도자 스스로가 도덕성을 상실했거나 부패한 경우 또는 신의를 상실해 불신을 자초한 경우에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작년 한 해 동안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큰 혼란을 경험했다. 이 문제를 통해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믿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극도의 정치적 불신감을 경험했다. 그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국민에게 용기 있는 지도자로 각인되기를 기대한 것이라면 큰 오해다. 공약집에 분명이 나와 있었고, 선거에서 아무리 표가 급한 상황이었다지만 너무 여러 번 그것도 분명히 강조한 기록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국민들의 눈에 신뢰할 수 없고 무책임하며 자가당착적 정치지도자로 비쳐질 위험이 더 큰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대하는 방법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들으면 천만부당한 일이라고 펄쩍 뛰겠지만 진정 국민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오해는 경제대통령을 자처하는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경영하는 것처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일게다.

물론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한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함일 것이고 우리는 그런 기대감에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 아닌가. 내가 겪어본 바로는 국정운영을 기업경영 하듯 하더라도 국민을 종업원 다루듯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옳다. 국민과의 약속을 바꿀 때조차 대기업 오너가 생각을 바꾸고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지시하듯 해서는 안 된다. 꼭 해야 한다면 국민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진지한 토론과 설득과정을 거쳐 주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책무를 바탕으로 협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그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게 옳은 자세다. 한발 더 나아가 국정책임자로서 바람직한 방향이라 여기더라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스스로 거두는 법을 알면 금상첨화다.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민의 눈에는 유리하면 홍보하기 바쁘고 조금 불리하다 싶으면 숨어버리는 것처럼 비친다. 참으로 아름답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더욱이 물가와 전세난이 민생경제를 위협하고 있고, 언제 잡힐지 모르는 구제역 확산과 매몰된 가축의 벌건 침출수가 서민의 생활환경을 위협하여 국민들의 시름이 깊다. 내일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의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운 국민의 가슴은 숯검정이다. 국민은 오래 기다려 주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굳이 인내천이라는 말을 끌어 붙이지 않아도 국민이 곧 하늘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하늘은 무슨 말을 하는가? 사철 순리대로 바뀌고 만물이 생겨나지만, 하늘은 무슨 말을 하는가?” 이는 세상일을 처리함에 있어 순리를 따른다면 말이 필요치 않음을 설한 것이다. 이제 하늘이 해야 할 바를 생각해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