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나는 돼지띠다. 나는 군사쿠데타와 체육관선거로 권좌에 오른 전두환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내리 5명의 대통령선거에서 투표를 해봤다. 그리고 내가 사리 분별할 수 있었을 때부터 꼽더라도 박정희부터 현재까지 8명의 대통령을 겪어보고 있다. 독재자로 평가 받는 대통령부터 민주화 시대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켜본 것이다. 속된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명박 대통령께서 '좋은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이 되실 수 있도록 고대 하는바, 두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한다.
하나는 국민이 선망할 수 있는 높은 신의를 가진 정치인의 모범됨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로 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로 꼽았다. 그러면서 백성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를 조롱하거나 업신여기는 것은 모두 지도자의 탓으로 돌렸다. 왜냐하면 지도자 스스로가 도덕성을 상실했거나 부패한 경우 또는 신의를 상실해 불신을 자초한 경우에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작년 한 해 동안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큰 혼란을 경험했다. 이 문제를 통해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믿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극도의 정치적 불신감을 경험했다. 그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국민에게 용기 있는 지도자로 각인되기를 기대한 것이라면 큰 오해다. 공약집에 분명이 나와 있었고, 선거에서 아무리 표가 급한 상황이었다지만 너무 여러 번 그것도 분명히 강조한 기록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국민들의 눈에 신뢰할 수 없고 무책임하며 자가당착적 정치지도자로 비쳐질 위험이 더 큰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대하는 방법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들으면 천만부당한 일이라고 펄쩍 뛰겠지만 진정 국민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오해는 경제대통령을 자처하는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경영하는 것처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일게다.
물론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한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함일 것이고 우리는 그런 기대감에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 아닌가. 내가 겪어본 바로는 국정운영을 기업경영 하듯 하더라도 국민을 종업원 다루듯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옳다. 국민과의 약속을 바꿀 때조차 대기업 오너가 생각을 바꾸고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지시하듯 해서는 안 된다. 꼭 해야 한다면 국민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진지한 토론과 설득과정을 거쳐 주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책무를 바탕으로 협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그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게 옳은 자세다. 한발 더 나아가 국정책임자로서 바람직한 방향이라 여기더라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스스로 거두는 법을 알면 금상첨화다.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민의 눈에는 유리하면 홍보하기 바쁘고 조금 불리하다 싶으면 숨어버리는 것처럼 비친다. 참으로 아름답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더욱이 물가와 전세난이 민생경제를 위협하고 있고, 언제 잡힐지 모르는 구제역 확산과 매몰된 가축의 벌건 침출수가 서민의 생활환경을 위협하여 국민들의 시름이 깊다. 내일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의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운 국민의 가슴은 숯검정이다. 국민은 오래 기다려 주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굳이 인내천이라는 말을 끌어 붙이지 않아도 국민이 곧 하늘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하늘은 무슨 말을 하는가? 사철 순리대로 바뀌고 만물이 생겨나지만, 하늘은 무슨 말을 하는가?” 이는 세상일을 처리함에 있어 순리를 따른다면 말이 필요치 않음을 설한 것이다. 이제 하늘이 해야 할 바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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