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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테'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신문과 증세를 기록하는 진료 카드를 뜻하는 독일어다. 그렇다면 신(神)의 카르테에는 과언 무엇이 적혀 있을까?
지방의 작은 소도시 신슈에 있는 혼조병원에 5년째 근무 중인 내과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는 나쓰메 소세키에 심취해 말투가 고풍스러운 엉뚱한 의사다. 사흘 동안 밤샘을 하면서도 자기 일은 확실하게 해내고 환자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런 이치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가혹한 상황에서도 유머러스하고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이치토가 부딪힌 현실에서 파생되는 문제의식은 간단치 않다. 이치토는 의사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으로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를 보며 고뇌하고 좌절하며 절망에 빠진다.
이 소설은 의료 현실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고민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이 우리를 대변해 위로한다.
작품/저자 나쓰카와 소스케·옮긴이 채숙향/260쪽/1만19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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