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된다는 억눌린 여행 “집어치워”

  • 문화
  • 문화/출판

꼭 해야된다는 억눌린 여행 “집어치워”

■지금 아니면 안돼!

  • 승인 2011-02-15 14:10
  • 신문게재 2011-02-16 12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어릴 적 꿈꾸는 장래의 소원 중 '대통령 되기', '미스코리아 나가기', '세계일주하기' 등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커서 생각하면 절대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가끔 꿈을 이루는 이들도 발견한다.

대학 2학년을 마친 어느 날, 공부에 지치고 길만 보고 달려온 스물두 살의 젊은이가 친구와 함께 세계일주를 통해 꿈틀거리는 자아를 발견한다. 『지금 아니면 안돼!』는 저자의 외침 그대로 스물두 살의 싱그러움이 책 곳곳이 아닌 전부에 깔려 있는 여행서다.

스물두 살을 훌쩍 넘긴 이에게는 세계일주보다는 그의 지난 청춘을 다시 일깨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교양 없음'을 자처하는 저자는 레전드급 박물관조차도 당당히 외면한다.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온종일 줄 서서 겨우(?) 모나리자 원화를 본다는 게 오히려 더 아깝기 때문이다.

대신 시애틀의 아웃렛은 감히 천국이라고 선포하며 스스로 '된장녀' 기질을 감추지 않는다. 그게 매력 있다. 교양 있는 척, 고상한 척하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고 친근하다. 그리고 꼭 볼거리를 찾아서 봐야 한다는 억눌린 여행의 강박관념을 벗어 던지는 여행자의 모습이 신선하다.

경기가 없는 어느날 홈구장에 가서는 비로소 사람들이 왜 헤밍웨이 생가에 가서 감동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리스 고대 유적을 보고 '폐허'라 규정하는 저자의 뻔뻔함과 발칙함은 독자가 가지고 있던 앎에 대한 격식의 틀에 신선함을 자극한다.

지성에 대한 애꿎은 로망으로 글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아는 만큼만 느끼고 청춘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도쿄에 첫발을 내딛고 중국으로 가서 실크로드를 달린다. 캐나다, 멕시코, 미국을 아우르고 유럽으로 날아가 헝가리, 그리스, 터키, 스페인, 프랑스, 영국을 탐닉하고 아프리카의 모로코도 다녀온다.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세계일주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시카고에서는 고학에서 3일을 자며 돈을 아낀다. 하지만 헝가리에서는 한 끼에 십만원 짜리 식사도 즐긴다. 아낄 때는 추종불허 짠돌이가 되고, 쓸 때는 물쓰듯 과감히 쓰며 여행의 순간순간을 즐긴다. 글로연/지은이 최장원/356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