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을 마친 어느 날, 공부에 지치고 길만 보고 달려온 스물두 살의 젊은이가 친구와 함께 세계일주를 통해 꿈틀거리는 자아를 발견한다. 『지금 아니면 안돼!』는 저자의 외침 그대로 스물두 살의 싱그러움이 책 곳곳이 아닌 전부에 깔려 있는 여행서다.
대신 시애틀의 아웃렛은 감히 천국이라고 선포하며 스스로 '된장녀' 기질을 감추지 않는다. 그게 매력 있다. 교양 있는 척, 고상한 척하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고 친근하다. 그리고 꼭 볼거리를 찾아서 봐야 한다는 억눌린 여행의 강박관념을 벗어 던지는 여행자의 모습이 신선하다.
경기가 없는 어느날 홈구장에 가서는 비로소 사람들이 왜 헤밍웨이 생가에 가서 감동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리스 고대 유적을 보고 '폐허'라 규정하는 저자의 뻔뻔함과 발칙함은 독자가 가지고 있던 앎에 대한 격식의 틀에 신선함을 자극한다.
지성에 대한 애꿎은 로망으로 글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아는 만큼만 느끼고 청춘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도쿄에 첫발을 내딛고 중국으로 가서 실크로드를 달린다. 캐나다, 멕시코, 미국을 아우르고 유럽으로 날아가 헝가리, 그리스, 터키, 스페인, 프랑스, 영국을 탐닉하고 아프리카의 모로코도 다녀온다.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세계일주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시카고에서는 고학에서 3일을 자며 돈을 아낀다. 하지만 헝가리에서는 한 끼에 십만원 짜리 식사도 즐긴다. 아낄 때는 추종불허 짠돌이가 되고, 쓸 때는 물쓰듯 과감히 쓰며 여행의 순간순간을 즐긴다. 글로연/지은이 최장원/356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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