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성희롱이 금지 된 것은 1999년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면서다. 관련 법률에 따라 사업주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특히 법 이행을 준수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 비율이 90.6%로 매우 높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성희롱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며, 성희롱의 구체적인 사례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성희롱 인지도는 성희롱 실태 비율을 높이는 조사 결과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무심코 넘어갔던 일들을 성희롱으로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면서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응답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희롱은 질이 나쁜 가해자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감의 표현' 혹은 일상적 관행의 연장선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기존의 성희롱 예방교육은 성희롱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과 구제절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성희롱 발생에 이르는 '잠재적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개입하는 훈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의 성희롱 행위 이력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그렇게 높은 수위의 성희롱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애매한 행위', '위법 행위의 선을 넘은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행위'부터 시작해서 그 행위가(동료들의 침묵 속에서) 반복과 지속의 단계를 거쳐 강도가 점진되고 심각해지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문제의 출발점은 바로 법적 처벌 가능한 행위 이전 단계, 즉 잠재적 문제 상황에 대한 문화적 변화다. 진정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은 잠재적 문제 상황에서 더 이상 문제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그 연속선을 끊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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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과 성희롱'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지 구조를 공유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성희롱이 일상화 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희롱 예방 교육에서 '위법성 판단' 훈련만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유발하는 적대적 환경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점, 즉 우리 사회에서 '상식화' 되어 있는, 그래서 뿌리 깊게 내면화되어 있는 문화적 각본들에 대한 도전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다.
법적 판단 위주의 성희롱 예방교육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가해ㆍ피해'의 구도에서만 사고하게 함으로써 여성노동자를 '과잉피해자화' 한다. 여성노동자들의 '피해의식'이 단순한 피해의식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자신의 경력과 노동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로 호명하면 여성노동자에게 윤리적 정당성과 우월성이 부여되는 효과는 있다. 반면 남성노동자는 '잠재적 가해자'로 명명되어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앞에서 도덕적으로 위축된다'
성희롱 예방교육의 패러다임이 성희롱 하면 처벌받는다는 법적 규제의 언어에서 공동체 구성원의 자정적 성찰의 힘을 통해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문화적 성찰의 언어로 바뀌어야 한다.
대부분의 성희롱은 위법 행위 여부를 가리기가 애매한 '잠재적 문제 상황'으로부터 출발해 '지속성, 반복성, 점진성'의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따라서 이 연속성의 고리를 끊게 해 주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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