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사 사례처럼 원청회사의 소속직원이 아닌 하도급업체나 인력파견회사 등 다른 회사의 인력을 공급받아 원청회사내에서 원청회사의 일을 시키는 고용방식은 조선업종이 대표적이지만 자동차, 서비스·판매, 철강 등 업종 불문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2010년 8월말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24.6%가 사내하청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H사의 사례처럼 기업은 인력운용을 탄력적으로 하고 직접고용으로 인한 노무비용 절감 등을 위해 특정업무를 외주화하기도 하고 사내하청 또는 파견 근로자를 활용한다.
그런데 사내하청이라도 백화점처럼 청소, 경비 등 특정업무 부문을 아예 하청회사에 도급을 주어 하청회사 책임하에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하청사 근로자들이 원청사 근로자들과 임금 등 근로조건을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원청사 소속 직원이라며 직접고용을 주장할 일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원청사 직원과 공동작업을 하는 사내하청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사내하청근로자들은 소속은 하청회사이면서 일은 원청회사에 가서 한다. 원청사 직원과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출퇴근, 연장근로, 휴식, 휴가 등도 원청사에 의해 관리되며 작업지시도 원청사로부터 직접 받는다. 한마디로 일은 똑같이 한다.
그런데 고용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 사내하청근로자는 5~6년 이상 한 원청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속된 하청사가 원청사와의 도급계약이 해지될 경우 새로운 하청사에 고용이 승계되지 않으면 다른 원청사에 배치되어 일해야 되고 새 원청사 근무장소가 생활근거지에서 많이 떨어질 경우엔 때론 그만둘 수밖에 없는 등 원청사에 비해 고용이 불안정하다.
임금 등 근로조건도 회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완성차의 경우 임금에 있어 원청사 근로자의 60%대, 복리· 후생부문까지 감안하면 40~50% 수준인 것으로 알고있다. 그나마 완성차 사내하청의 경우는 조건이 좋은 편이고 다른 업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는 이보다 더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원청사에 소속감을 느끼는 판에 하청사에 비해 고용도 더 안정되고 임금도 많이 받으니 원청사 직원이 되고싶은 것이다. 거기에 소송하고 투쟁하면 원청사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하청근로자들간 형성된다면 때론 해고도 불사한 투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사내하청 문제가 산업현장의 주요한 갈등요인으로 불거진 데는 1차적으로 경영계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다. 사내하청이나 파견근로에 관한 현행법이나 판례 경향, 사내하청근로자의 심리적인 측면을 세밀히 검토하지 않고 파견·사내하청 근로를 쉽게 활용한 면이 있다. 노동계 역시 회사별로 상이한 근로내용을 정확히 비교·분석하지 않고 외주화된 업무나 원청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사내하청업무까지 원청사가 사용자라며 직접고용을 획일적으로 요구한 측면이 있다.
사내하청근로의 문제는 합법파견이냐 불법파견이냐? 정상도급이냐 위장도급이냐? 등 법률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생산의 구성원이고 공동의 작업자라는 시각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구성원간 위화감을 느끼고 갈등을 격는다면 기업의 목표달성도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 노동계 모두 사내하청문제를 신중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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