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사내 하청근로의 딜레마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종선]사내 하청근로의 딜레마

[중도마당]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승인 2011-02-14 14:56
  • 신문게재 2011-02-15 20면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최근 대법원이 H 자동차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사내 하청 근로자들에 대해 H사와 이들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보고 파견법에 따라 2년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H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경영계는 기업현실을 외면한 판결로 고용의 유연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는 한편 이들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이 근로자 평균임금의 1.4배나 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배부른 파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H사 사례처럼 원청회사의 소속직원이 아닌 하도급업체나 인력파견회사 등 다른 회사의 인력을 공급받아 원청회사내에서 원청회사의 일을 시키는 고용방식은 조선업종이 대표적이지만 자동차, 서비스·판매, 철강 등 업종 불문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2010년 8월말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24.6%가 사내하청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H사의 사례처럼 기업은 인력운용을 탄력적으로 하고 직접고용으로 인한 노무비용 절감 등을 위해 특정업무를 외주화하기도 하고 사내하청 또는 파견 근로자를 활용한다.

그런데 사내하청이라도 백화점처럼 청소, 경비 등 특정업무 부문을 아예 하청회사에 도급을 주어 하청회사 책임하에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하청사 근로자들이 원청사 근로자들과 임금 등 근로조건을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원청사 소속 직원이라며 직접고용을 주장할 일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원청사 직원과 공동작업을 하는 사내하청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사내하청근로자들은 소속은 하청회사이면서 일은 원청회사에 가서 한다. 원청사 직원과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출퇴근, 연장근로, 휴식, 휴가 등도 원청사에 의해 관리되며 작업지시도 원청사로부터 직접 받는다. 한마디로 일은 똑같이 한다.

그런데 고용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 사내하청근로자는 5~6년 이상 한 원청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속된 하청사가 원청사와의 도급계약이 해지될 경우 새로운 하청사에 고용이 승계되지 않으면 다른 원청사에 배치되어 일해야 되고 새 원청사 근무장소가 생활근거지에서 많이 떨어질 경우엔 때론 그만둘 수밖에 없는 등 원청사에 비해 고용이 불안정하다.

임금 등 근로조건도 회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완성차의 경우 임금에 있어 원청사 근로자의 60%대, 복리· 후생부문까지 감안하면 40~50% 수준인 것으로 알고있다. 그나마 완성차 사내하청의 경우는 조건이 좋은 편이고 다른 업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는 이보다 더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원청사에 소속감을 느끼는 판에 하청사에 비해 고용도 더 안정되고 임금도 많이 받으니 원청사 직원이 되고싶은 것이다. 거기에 소송하고 투쟁하면 원청사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하청근로자들간 형성된다면 때론 해고도 불사한 투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사내하청 문제가 산업현장의 주요한 갈등요인으로 불거진 데는 1차적으로 경영계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다. 사내하청이나 파견근로에 관한 현행법이나 판례 경향, 사내하청근로자의 심리적인 측면을 세밀히 검토하지 않고 파견·사내하청 근로를 쉽게 활용한 면이 있다. 노동계 역시 회사별로 상이한 근로내용을 정확히 비교·분석하지 않고 외주화된 업무나 원청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사내하청업무까지 원청사가 사용자라며 직접고용을 획일적으로 요구한 측면이 있다.

사내하청근로의 문제는 합법파견이냐 불법파견이냐? 정상도급이냐 위장도급이냐? 등 법률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생산의 구성원이고 공동의 작업자라는 시각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구성원간 위화감을 느끼고 갈등을 격는다면 기업의 목표달성도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 노동계 모두 사내하청문제를 신중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