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인석 수필가 |
권리는 주장하면서 의무를 거부하는 반칙과 억지논리가 정의와 진실까지도 오염시키고 있다. 껍데기 정의가 위선과 부정의 속살로 채워진 것도 오늘의 현실이다. 곧아야 할 시대정의가 시나브로 병들기 시작하면서 이젠 민초들 까지도 툭하면 모순논리를 들고 나서는 게 상식화 됐다. 선동에 들뜨기 쉬운 약자들의 심리를 충동질해서 다수의 군중심리를 유인하려는 포퓰리즘이 사회단체 소규모 행사장에까지도 만연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최근에 치러진 어느 문화단체장 선출행사 파벌분쟁이 바로 그와 비슷한 꼴이었다. 지성인들을 자처하는 단체 구성원들의 행태라고 보기엔 지나친 추태였다. 기존의 정관(定款)규정도 무시하고 억지주장논리를 내세워 일부회원들에게 술판까지 벌이며 행사장 참석방해 선동을 벌였다. 부끄럽고 개탄스런 일이다. “내가하면 문화 창달이고, 네가 하면 퇴폐풍조”라는 식의 비겁한 이기주의적논리가, 소위 문화단체 내부까지 파고들었다. 모순이 있다면 당연히 회의장에 동참해서 당당하게 지적하고, 공론화 시키는 게 정의고 진실이다. 누가 진실을 부정하거나 막을 사람도 없다. 시비목표나 구분도 없이 단체분열과 화합발전 저해가 목적이었다면 치졸한 발상이다. 지역문화예술을 걱정하고 선도하는 지성인들의 행동이 아니다.
필자는 누구의 잘못을 비호하거나 옹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라도 잘못이 있다면 비판받아 마당하다. 그러나 권리를 따지려거든 의무도 따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남의 잘못을 시비하려면 자기부터 정당해야 한다. 하늘에 침 뱉으면 다시 내 얼굴로 떨어진다. 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 교훈은 통치자들만의 금언이 아니다. 때문에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은 남다르다. 무지(無知)를 깨닫는 양심은 차라리 솔직한 정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두루 팽이 지성은 무지만도 못한 무명(無明)이다. 술 한 잔에 휩쓸려 호도된 말장난에 춤추는 무명의 세태에 함께 춤추는 지성은 오히려 추태다.
하기야 특정 지성인들만 탓 할 때는 지났다. 무명현상의 시대사조는 이미 범람하고 있다. 가치관교육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킨 지난날의 정치풍토에 편승한 위선의 인격들이 곳곳에서 판치고 있다. 부정비리 정치인들치고 TV카메라 앞에서 속죄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좌경집단치고 민주주의를 앞세우지 않는 집단 없었다. 모두 진실을 위장한 위선의 군상들이다. 부정비리가 들통 나자 스스로 목숨 끊은 전직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그렇고, 아직도 사법기관 문턱을 드나들며 비리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국무총리의 위상이 그렇다. 국가기강의 이정표가 돼야할 그들의 통치, 그들의 정치가 사회적으로 남긴 영향은 무엇인가. 억지논리로 파렴치, 몰염치 등이 만연된 가치관 붕괴다. 그들 주변에서 설쳐댄 모리배들의 행적이 증거 한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을 그토록 외쳤어도 결국 허상은 깨어졌다. 진실을 빙자한 위선은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가면에 익숙한 위선이라도 진실은 이길 수 없다.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의무 없는 권리는 없다. 거울은 절대로 혼자 웃지 않는다. 이상한 세상, 부끄러운 사조에서 지성인, 문화인들부터 비겁한 가면을 벗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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