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국제미터원기와 국제킬로그램원기는 전세계 측정계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 중 국제미터원기는 지금은 더 이상 길이의 표준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당시 국제미터원기의 1는 '지구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를 1000만으로 나눈 길이'로 정의됐다. 문제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길이의 기준으로 삼았던 지구가 사실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그 시대의 과학자들도 알고 있었다. 1를 구하기 위해 자오선 원정에 나섰던 들랑브르와 메생 역시 알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지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울퉁불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이 구한 1는 오늘날 측정한 지구의 자오선에 의한 값과 비교하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첨단 측정 장비를 이용해 지구의 남극과 북극을 잇는 자오선의 길이를 다시 잰 결과 7864 가량 더 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약 0.02 %의 오차로 들랑브르와 메생의 측정이 얼마나 정확했었는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털끝만한 오차도 허용치 않는 과학자들은 더욱 정확한 기준을 찾고 싶기 마련이다. 과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길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걸까? 19세기 전자기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제임스 클럭 맥스웰은 미래를 내다보고 이런 말을 남겼다.
“지구의 크기와 공전 주기는 현재 관점으로 볼 때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구가 냉각되면 크기가 작아질 수 있고, 운석이 떨어지면 더 커질 수도 있다. 아니면 지구의 공전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 절대적이고 영원한 길이, 시간, 질량에 관한 표준을 얻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들을 지구에서 찾아서는 안된다. 절대적인 질량과 진동 주기, 파장을 갖는 '분자'에서 표준을 얻어야 한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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