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만큼 바다의 저 깊은 숨은 속살, 심해(深海)의 아름다움을 매혹적으로 표현해내는 감독이 과연 또 있을까. ‘어비스’와 ‘타이타닉’ 초반의 심해는 매혹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가 만든 심해 다큐멘터리 ‘에이리언 오브 딥’은 심해에 대한 탐구와 사랑이 느껴진다. 그런 사랑이 그를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렸을 거다.
3D에 담긴 해저동굴 ‘생텀’의 영상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어깨에 떨어지는 듯한 물방울들,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 생생한 해저동굴은 탄성을 내지를 만큼 아름답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가 탐험대의 일원이라도 된 듯한 실감이 몸을 간지른다. 금방이라도 사람들을 삼킬 듯 으르렁거리는 바다 소용돌이는 또 어떻고….
‘생텀’은 ‘어비스’의 각본을 쓴 앤드류 와이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1988년 탐험대를 이끌고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지하동굴을 탐험하던 와이트는 갑작스런 폭풍으로 동굴입구가 무너지는 바람에 생사의 기로에 선다.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아 헤맨 끝에 갇힌 지 이틀 만에 기적적으로 탈출한 와이트는 자신의 경험담에 카메론이 요구한 가족드라마를 덧붙여 각본을 썼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카메론은 영상과 특수효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솜씨를 자랑하지만 서사만큼은 영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생텀’은 바로 그 증거다. 평면적인 캐릭터, 연결 고리를 잃어버리고 늘어지는 줄거리 탓에 영화는 종종 지루하다.
기둥은 고집 세고 냉철한 아버지 프랭크와 아버지와 잦은 충돌을 빚는 아들 조시의 갈등이지만 에피소드는 지극히 도식적이다. 배신 갈등 화해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예상 가능한 수준이고 재난에서 솟구쳐야 할 공포도 밍밍하기 짝이 없다. 몰입으로 이끌기엔 역부족. 아무리 볼거리, 3D에 특수효과로 승부하는 영화라고 해도 연기력은 기본 중의 기본. 대사를 읊조리는 듯한 배우들의 연기는 그게 안 돼 있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랜턴이 달린 헬멧을 쓴 사람들이 오가는 장면이 거의 대부분인데, 그마저도 ‘케이브’에서 이미 본 것이라 감흥은 별로다.
그냥 ‘아바타’의 제작진인 빌리지 로드 쇼 스튜디오가 창조해낸 눈이 휘둥그레지는 볼거리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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