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년간 대전지역 노숙인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온 신현정 소장. 봉사를 봉사가 아닌 당연한 책임이라고 말하는 신 소장은 보건소장직을 수행하면서 지속적인 봉사를 다짐했다. /손인중 기자 |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입니다. 사회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베풀어야 하는 최소한의 책무가 아닐까요?”
신현정 유성구 보건소장은 매달 하루는 노숙인 무료 진료센터인 희망진료센터를 찾아 진료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소 방문도 매달 잊지 않는다.
지난 1999년 희망진료센터가 생기면서부터 시작된 무료진료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금껏 을지대병원과 개원, 봉직의 등의 생활을 해오면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지난 1월부터는 보건소장직을 맡고 있다.
“남들이 꺼리는 이들과의 만남과 봉사를 통해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았다”는 신 소장은 봉사를 봉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처음 희망진료센터와 인연을 맺고 노숙자 무료 진료 봉사를 나갔을 때다.
사회에 불신을 갖고 있던 노숙인들이 공짜 진료를 한다하더라도 진심일까 엿보는 행동들을 많았다. 술에 취해 진료소를 찾아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소란을 피우며 봉사자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신 소장은 “그런 역동적인 모습들이 오히려 즐겁고 좋았다. 초창기에는 약도 없고 진료 환경도 열악해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회고했다.
당시보다 많은 의사들이 무료 진료를 하고 있고, 봉사 체계도 갖춰져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의 애정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대학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하며 사회의식을 키워왔던 신소장은 의료 봉사를 통해 사회문제를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회적으로 소외돼 있던 외국인 노동자와 노숙자, 다문화 가정 등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갖고 되돌아 볼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
신 소장은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만나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좋았다”라며 “봉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봉사라는 의식을 갖는 순간 시간이 아까움을 깨닫게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의 바람은 소박하지만 원대하기도 하다. 그는 “궁극적인 목표는 외국인 무료진료나 노숙인 센터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 모두가 필요할 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고, 돈때문에 소외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무료진료 센터나 희망진료센터 등은 필요성이 없다”고 말한다. 제도권 내에서 소외된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게 그가 가진 소망이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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