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
자신들이 필요한 때에는 항상 그들의 생각이 바로 민심이요, 그래서 천심이라는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 누구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던 이 말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우선 요사이 뜨거운 감자인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복지논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무상교육과 마찬가지로 무상급식도 일반복지의 문제로서 당연한 것이며 선별적 무상급식은 없는 아이들 눈칫밥을 먹인다는 교육적인 이유였다. 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이란 과잉복지이며 국민의 세금을 헛되이 낭비한다는 것이다. 어느 입장이든 나름대로의 정당한 논리가 있는데 문제는 모두 자신의 입장을 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 민심은 이처럼 두 편으로 나뉘어 다투고 있는 것이다.
민심이란 대통령의 인기도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수시로 변하는 것이다. 심지어 히틀러가 지배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선진국민이라 일컬어지던 독일국민들조차도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정치가의 꼭두각시 노릇까지 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사실 자유민주주의를 우리나라의 기본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인 이래로 민심은 절대로 천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란 각 개인의 자유로운 의견을 존중해 주는 정치제도이며 따라서 국민의 수만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맹자가 단지 역성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한 편협한 논리(?)를 사용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맹자의 말은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사실 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민심을 천심이라고 했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맹자는 어떠한 의미로 말씀을 했던 것일까? 바로 하늘의 뜻, 천심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즉 천심의 동의어로서 민심을 덧붙인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민심은 분명 정당한 것, 정의로운 것을 의미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천심과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민심, 곧 천심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은 또한 정치에 있어서 정당성의 기준이며 정치인들의 진정한 평가기준이라고 생각되는데 우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정치가가 제시한 정책에 대하여 정책을 내놓은 정치가는 물론이고 그 정책을 보는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내 개인적인 이익이 아닌, 우리가족, 우리지방도 아닌 우리사회, 우리나라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나라 정치에 있어서의 불치의 병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로 표현되는 국민 자신들의 개개인의 이익만을 앞세운 것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더 나아가 정책의 보편성, 즉 누가 보아도 정당한 것이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또한 그로 인하여 그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정도의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정책이 정치가나 국민 개개인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닌 하늘의 뜻이라고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 바로 천심이라는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를 떠나 하늘 위에서 하나님과 같은 눈으로 나 자신, 우리사회, 우리나라 그리고 거기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정치가들의 정치와 정책을 내려다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생각하고 함께 동의를 구할 때에 비로소 민심은 천심이 되고 천심은 민심이 되는 것이리라.
이런 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말을 바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에 관련한 발언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사실 누구도 충청지역에 입지여건상 이러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지역으로 선정한다 해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였던 정책이었는데, 이러한 발언의 진의를 놓고 볼 때에 천심이었다고 보기에는 왠지 사심이 가미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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