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27시간]6일간의 사투… 꼭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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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27시간]6일간의 사투… 꼭 살아야 했다

■ 127시간 감독: 대니 보일, 출연: 제임스 프랑코

  • 승인 2011-02-10 14:22
  • 신문게재 2011-02-11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주말마다 블루 존 캐니언 암벽을 오르는 애런은 혈기왕성한 청년.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가이드를 자처하고, 남들이 모르는 장소에 올라 자연이 펼쳐놓은 장관을 즐기는 게 낙. 갑자기 발밑이 무너져 내리고 팔이 바위에 끼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주인공이 움직이지 못하는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주인공 애런은 주말마다 암벽을 타는 혈기왕성한 청년이다. 영화는 초반, 날개라도 달린 듯 협곡을 넘나드는 애런을 따라가며 때론 뛰고, 때론 휘청거리며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그러다 돌연 멈춘다. 애런이 협곡 사이로 떨어지면서 오른팔이 바위에 끼여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거다. 가진 거라곤 500㎖ 물 한통, 캠코더, 로프와 칼, 헤드랜턴 뿐. 이런 상황에서 액션영화가 가당키나 할까.

대니 보일 감독은 그게 가능한 일임을, 그것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큼 멋지게 뽑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기에 처한 애런의 오감을 관객의 오감으로 치환하는 제임스 프랑코의 연기는 관객의 팔뚝에 서스펜스를 주입하고 역동적인 카메라와 실제와 환상을 넘나드는 빠른 이야기 전개는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든다.

애런이 갑자기 불어 닥친 폭우 속에서 살아보려고 버둥거릴 때, 하루에 몇 십분 동안만 가능한 햇살을 만끽하려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때 애런의 손과 발은 그야말로 액션이다. 애런이 돌에 낀 오른팔을 기어코 잘라내는 장면을 지켜볼 수 없는 건,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라 체험하게 만드는 연출 때문이다.

“이것은 한 인간의 영웅담이 아닌 삶에 대한 찬가다.”

보일의 말이 거짓처럼 들리지 않는다. '127시간'은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니언 등반 중 조난돼 5일 7시간 동안 사투 끝에 자신의 팔을 끊고 살아 돌아온 애런 랠스톤의 실화다. 어쩌면 한 개인의 영웅담에 머물 이야기를 영화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 사람의 이야기로 들려줌으로써 삶의 찬가를 연주한다.

암울한 상황에서 애런은 집을 나서기 전 걸려왔던 동생의 전화를 떠올리며 부모와 연인 친구를 떠올린다. 그의 삶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또한 절망하지만 절망을 딛고, 행복했던 순간을 동력 삼아 무딘 칼로 바위를 깎는다. 살고 싶다는 의지, 그 생명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 위대함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닿아 있음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보일은 이번 영화에서도 꽤나 긍정적이다. 악몽에서 기적을 퍼 올릴 수 있을까. 보일의 답은 여전히 '그렇다'다.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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