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임금과 인사 통합에 따른 경영권 이양 없이 지난 1998년 충청은행 인수 후 지켜온 독립경영 체제를 보장받게 됐다는 점에서 충사본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다.
9일 충사본과 하나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노조는 지난 7일 오후 본점에서 2010년 임금 2% 인상과 충사본 통합 등의 사항에 대해 합의하고 조인했다.
합의에 따라, 임금과 인사 문제가 통합된다.
임금의 경우 현재 타지역에 비해 평균 6% 낮지만, 이달을 시작으로 3년 내에 모든 직원의 임금 차별이 없어진다. 그동안 하나은행 소속임에도, 충사본 직원들은 14년 동안 본점과 영·호남본부 등 타지역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왔다.
1998년 충청은행 인수 당시 타지역 직원의 70% 수준으로 출발해 무려 14년 만에 동일 임금 체제를 갖추게 됐다.
타지역으로의 인사이동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본점을 비롯한 타 지역본부의 경우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선발해 지역에 배치했지만, 충사본만 지역쿼터제를 통해 충청권 출신 인재만 뽑아왔다. 충청권에서 채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동은 불가능했지만, 3월부터는 타지역으로 인사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의 최대 성과로 인사권 독립을 포함한 독립경영 체제 보장이다.
하나은행이 P&A(자산부채 계약이전) 방식으로 인수한 충사본은 14년 동안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돼왔다. 독자적인 영업을 비롯한 사업·예산권, 지역환원사업과 지역인재를 선발하는 지역쿼터제 등 사실상 독립 경영권을 보장받아 왔다.
1600여명의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출범 초 59곳이었던 점포수를 81곳으로 확대하거나, 지역환원사업으로 1105억원을 지원한 것 모두 독립경영 체제였기에 가능했다.
통합을 놓고, 충사본 경영진과 노조 갈등이 격화된 것 역시 독립경영 체제 보장 여부였다. 경영진은 임금과 인사 통합을 원하면서도, 두 사안이 경영권의 핵심인 만큼, 자칫 독립경영 체제가 훼손될 수 있다고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정현 하나은행 노조 충사본지부장은 “경영진의 우려와 달리, 독립경영 체제를 보장받으면서 숙원이었던 임금과 인사 차별을 없앴다는 게 협상의 최대 성과”라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남아있다.
경영진 관계자는 “통합운영과 독립경영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타지역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세부사항 협의 과정에서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최종 결정까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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