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꿈을 접었다. 고가의 의료장비 등 독립 자금이 만만치 않은데다, 개원한다고 해도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변의 만류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히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건 시중은행에서의 대출상담 과정에서다.
A씨는 “신용만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너무 적었다. 빚더미에 빠질 것 같아 접었다”고 말했다.
'자격증' 하나만 있어도 막대한 금액의 신용대출도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위험 업종'으로까지 분류되는 등 체면이 말이 아니다.
9일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에 따르면, (한)의사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상품인 '닥터클럽'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2263억원에 달했다. 2008년 2287억원, 2009년 2302억원 등으로, 지난 2007년부터 별도로 메디컬팀을 운영하면서 쌓아올린 상당한 실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충사본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한)의사에 대한 대출 규모는 감소 추세다. 병·의원 수가 급증해 개원 후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대전의사협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만해도 매년 100명 정도 개원했지만, 최근에는 10명 내외 수준”이라고 말했다.
충사본 모 임원은 “요즘에는 (한)의사 개인이 개원한다고 해도 대출 규모가 대폭 줄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여러 의사가 모인 전문병원 정도는 돼야 좋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의사는 여전히 주요 고객이다.
폐업해도 이른바 '페이닥터'로 취직하는 게 어렵지 않아 대출 이자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는 달라졌다. '우대 업종'에서 '위험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관심대상이 됐다.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데다, 금융권의 까다로운 대출 조건으로 자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의사가 함께 설립한 전문병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이마저도 여의치않다. 진료과목과 전문병원 규모에 따라 대우가 다르고, 특히, 한의사에 대한 금융권의 태도는 차가울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의사 우대는 이제 옛말이고, 한의사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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