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대통령직을 물러난 뒤 그가 오랜 기간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다 2004년 서거하자 전국적인 추모의 열기가 끓어올랐다. 워싱턴D.C의 관문인 내셔널 국제공항을 '로널드 레이건 국제공항'으로 바꾼 것은 물론 이후 취역한 새 항공모함도 '로널드 레이건호'라고 명명했다. 워싱턴 시내 한 연방 건물도 '로널드 레이건 빌딩'으로 이름 지었고, 전국의 고속도로, 공공 청사, 거리, 학교 등에도 그의 이름이나 사진이 나붙었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이같은 국민적 인기와는 달리 임기중 업적에 대한 평가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매우 낮다. 수년전 한 정치학자가 미국의 역대 대통령 41명에 대해 대외정책, 대내정책, 용인술, 지도력, 성격 및 도덕성 등 5개 지표와 관련 순위를 매긴 자료에 따르면 그는 34위로 나타났다. 그나마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인 것은 '개인적 성격 및 도덕성'으로 23위를, 다음은 '지도력'으로 27위를 차지했다. 사후 십수년이 지나도록 치솟고 있는 그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평가 점수가 낮은 이유는 그가 부하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위임한 반면에 충분한 관리감독에 소홀했기 때문이며 또한 정직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부하들이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편 미국 대통령 중에 정직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얻고 있는 사람은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는 모든 형태의 대통령 평가에서 부동의 종합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북의 분열을 막고 노예해방을 이룩한 그는 개인적으로 성실하고 정직했으며 국민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또한 국민들과도 개인적인 면담은 물론, 대중연설, 공개서한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는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링컨의 고결함과 정직성, 그리고 시종일관 확고한 도덕적 가치와 원칙에 입각한 행동은 국민들의 절대적 신뢰를 가져왔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을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다. '정직한 에이브(Honest Abe)'라는 그의 별명은 그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공자의 가르침 역시 '정직'에 가장 초점을 두었다. 큰 정치가가 되려는 사람이 공자를 찾아와 물었을 때, “늘 바르게 생각하고 정직한 말을 하시오. 하늘에 부끄러움 없고 자기 양심에도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오” 라고 대답했다.
또한 우리가 유학에서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의(義)는 바로 정직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직은 어떻게 갖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가정과 학교의 교육에서부터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학기 총장의 임기를 새로 시작하면서 학교 운영방침에서 '정직'을 최고의 목표로 내세우고 구체적 실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학사행정에서의 정직은 물론 강의실에서의 정직, 생활에서의 정직, 대인관계에서의 정직 등을 가르치고 실천시켜 나가려 한다. 정직의 척도를 삼을 수 있는 한 예로 '무감독 시험' 이 있다. 그 시행이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 스스로가 커닝을 죄악시 하고, 경원시 하는 자발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우리 대학에 내려진 정직한 분위기가, 다른 대학에까지 전파가 되고, 이들 대학을 거쳐간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 나가 정직한 일꾼이 되어 일한다면, 우리 사회 역시 정직한 풍토가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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