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복]가족공동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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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복]가족공동체의 위기

[NGO소리]이기복 하늘문감리교회 목사

  • 승인 2011-02-09 14:07
  • 신문게재 2011-02-10 20면
목회(牧會)를 하면서 교인들의 가정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애경사(哀慶事) 때만 아니고 정기적으로 가정을 찾아보는 때가 있다. 이를 가리켜 교회에서는 심방(尋訪)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그 가정 벽에 갖가지 그림이나 액자가 장식용으로 아니면 가훈으로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중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글자가 바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글이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풀어서 말하면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되어 나간다'는 뜻이다. 좀 고리타분한 말 같지만 참으로 중요한 교훈인 것 같다. 가정이 화목하면 식구들도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 집의 외적인 환경이 좋고 실내를 화려하게 꾸몄다 하여도 집안에 사는 사람들이 화목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2011년 신묘년 설 연휴가 어느 때 보다도 길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다녀오는 길이 여유가 있고 편안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왕에 명절을 지내는 것이라면 이런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달라진 문화는 설 명절에 육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황금 같은 설 명절 연휴를 즐기기 위해 해외로 출국하였다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나라 문화도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한 편으로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나라 농촌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들은 구제역 재앙으로 인하여 마치 초상집과 같은 분위기에서 설 명절을 맞이하고 해당 공무원들은 지쳐 쓰러지고 심지어 과로사로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말이다.

농촌에서는 명절에 객지에 있는 자녀들이 찾아 오는 것을 일년내내 기다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집에 객지에 있는 자녀가 오지 못하면 그 집 부모는 쓸쓸하고 서글퍼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돌아 갈 때는 노인들이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면서 흐뭇해한다.

그런데 최근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0년 제2차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즈음 가족에 대한 개념이 크게 달라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자신의 부모를 가족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비율이 조사대상의 22.5%에 달했다고 한다. 즉 5명 가운데 1명은 친부모도 가족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다. 더 나아가 30% 이상이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으며 절반가량은 배우자의 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를 가족으로 여긴다는 응답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과거 삼대는 한 가족으로 여겼던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붕괴되는 것 같아 크게 우려된다. 옛날 서양에서는 한국의 가족 제도를 부러워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서양보다 더 급진적으로 변하는 한국의 풍습도를 보게 된다.

가정은 한 사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기본단위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조부모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한국 노인들의 생활은 전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시대가 오는 것 같다. 요즈음처럼 자녀 낳는 일을 기피한다면 머지않아 국가적인 위기가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선 지금 농촌의 현실만 보아도 그렇다. 농촌에서는 어린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을 볼 수가 없는 현실이다. 지금 무상복지니 선택복지니 하는 문제가 급한 것이 아니고 자녀를 많이 낳는 일이 더 시급하다. 그리고 다세대 가정에 대하여 보다 국가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점점 노인들만 남는 농촌의 문제 해결이 시급한 우리의 현실이다. 명절 때만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는 문화가 필요한 것 같다. 외적인 어떤 환경보다 뿌리교육이 더 시급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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