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인간의 야만성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가?

[강신철] 인간의 야만성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가?

국가의 등장으로 무너진 신화의 시대… 종교 통한 대칭성 회복

  • 승인 2011-02-08 14:12
  • 신문게재 2011-02-09 12면
  • 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나카자와 교수는 '9·11사태와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보여주는 야만성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가?'라는 질문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과 폭력은 야만이고, 야만을 낳는 건 바로 문명이다. 국가가 야만을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국가는 야만의 발생을 토대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문명'과 '야만', '문화'와 '자연'이라고 하는 상대적 개념들을 '곰'과 '왕'이라고 하는 신화적 주체를 통해 해석한다.

후기 구석기 시대에 현생인류의 뇌에서는 뉴런조직에 결정적인 비약이 일어나 '마음'이 생겼고, 그 후 약 2만 년 동안 인류는 신화적 사고를 발달시켰을 것이라고 나카자와 교수는 추론한다.

유동적 지성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마음속에는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발달하여 인간과 곰은 상호변용이 가능한 '친족'이며 '친구'라는 사고를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곰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자신의 털과 가죽, 그리고 고기를 인간에게 나누어 주는 '증여자'인 동시에 인간을 잡아먹기도 하는 '자연' 속에 숨겨져 있는 힘을 대표하는 '식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신화의 시대'에는 인간과 곰은 서로 생명을 나누는 공생관계 속에서 대칭적인 사회를 유지해왔다.

대칭성의 사회에서 인간은 이성의 표현으로 '문화'를 발전시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며, 권력은 이성을 초월하는 것으로서 '자연'의 영역에 속했었다. 그런 구조에서는 왕도 국가도 생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손에 무기가 주어지면서(철기문화의 시작) 과잉 살상이 벌어지고 '문화'와 '자연' 사이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일단 대칭성이 무너지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빼앗기만 하는 착취자로 변했다. '자연'의 소유였던 권력이 어떤 특별한 인간에게 속하게 됨으로써 왕이 출현하고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국가의 등장에 의해 무너진 대칭성을 회복하기 위해 종교가 나타난다. 대칭성 사회에서 '자연'은 인간이 행하는 '문화'적 행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은 '문화'의 원리에 따라 자신들이 살아갈 공간을 '자연'의 한 가운데에 만들지만, 자연재해와 같은 외적인 힘과 인간사회의 규율을 어기려는 내부의 힘에 의해 '문화'적 공간은 점차 파괴되어간다. 종교는 왕과 국가의 권력을 '자연'의 영역으로 돌려보내고, 인간에게는 겸손과 타자에 대한 공감에 근거한 올바른 삶을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유인원에게 인간은 인간이고 곰은 곰이었다. 둘 사이의 유비(類比)나 환유(換喩)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생인류부터 유동적 지성이 발달하여 공감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왕과 국가가 생겨나면서 대칭성이 무너지고 인간은 권력의 노예로 전락했다.

인간이 곰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근대과학은, 어쩌면 천박스러운 자만에 빠져 상징의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들던 시적(詩的) 생물로서의 본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