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구석기 시대에 현생인류의 뇌에서는 뉴런조직에 결정적인 비약이 일어나 '마음'이 생겼고, 그 후 약 2만 년 동안 인류는 신화적 사고를 발달시켰을 것이라고 나카자와 교수는 추론한다.
유동적 지성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마음속에는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발달하여 인간과 곰은 상호변용이 가능한 '친족'이며 '친구'라는 사고를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곰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자신의 털과 가죽, 그리고 고기를 인간에게 나누어 주는 '증여자'인 동시에 인간을 잡아먹기도 하는 '자연' 속에 숨겨져 있는 힘을 대표하는 '식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신화의 시대'에는 인간과 곰은 서로 생명을 나누는 공생관계 속에서 대칭적인 사회를 유지해왔다.
대칭성의 사회에서 인간은 이성의 표현으로 '문화'를 발전시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며, 권력은 이성을 초월하는 것으로서 '자연'의 영역에 속했었다. 그런 구조에서는 왕도 국가도 생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손에 무기가 주어지면서(철기문화의 시작) 과잉 살상이 벌어지고 '문화'와 '자연' 사이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일단 대칭성이 무너지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빼앗기만 하는 착취자로 변했다. '자연'의 소유였던 권력이 어떤 특별한 인간에게 속하게 됨으로써 왕이 출현하고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국가의 등장에 의해 무너진 대칭성을 회복하기 위해 종교가 나타난다. 대칭성 사회에서 '자연'은 인간이 행하는 '문화'적 행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은 '문화'의 원리에 따라 자신들이 살아갈 공간을 '자연'의 한 가운데에 만들지만, 자연재해와 같은 외적인 힘과 인간사회의 규율을 어기려는 내부의 힘에 의해 '문화'적 공간은 점차 파괴되어간다. 종교는 왕과 국가의 권력을 '자연'의 영역으로 돌려보내고, 인간에게는 겸손과 타자에 대한 공감에 근거한 올바른 삶을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유인원에게 인간은 인간이고 곰은 곰이었다. 둘 사이의 유비(類比)나 환유(換喩)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생인류부터 유동적 지성이 발달하여 공감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왕과 국가가 생겨나면서 대칭성이 무너지고 인간은 권력의 노예로 전락했다.
인간이 곰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근대과학은, 어쩌면 천박스러운 자만에 빠져 상징의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들던 시적(詩的) 생물로서의 본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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