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오 대전문화역사진흥회장 |
대전의 전설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던 것은 그 누구도 대전의 전설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그렇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우리지역의 옛이야기들을 모든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나누며, 우리 만남의 자리를 더욱 재미나고 유익한 자리로 만들어 가야한다.
대전시민이 앉은 자리가 이런 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매체가 먼저 대전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가르쳐줘야 한다. 대중이 모인 자리든 몇 사람이 둘러앉은 자리든 간에 그런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나누는 옛이야기만큼 정감 있고 재미있고 가치 있는 자리가 있을까?
예전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의 어른들이, 우리의 할머니들이 골방에서 들려주던 옛이야기들이, 진정 한국인다운 순수성과 진실성을 가지고 살아 갈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의 주변은 지나치게 외래적인 이야기들로 넘쳐나고 있다. 외설적이고 불건전한 국적불명의 이야기들로 우리사회가 찌들대로 찌들고 있다. 잊혀져 가는 대전의 옛이야기만큼 우린 대전의 참다운 사랑을 매일 내다버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전에는 예로부터 대전지방을 터울로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는 대전의 주변 환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대전의 북쪽에서 남으로 힘차게 뻗어 내린 차령산맥(車嶺山脈)이 노령산맥(嶺山脈)을 받아 안으면서 금병산(屛山)을 뿜어내고, 계족산(鷄足山)과 식장산(食藏山)으로 이어져 보문산(寶文山)을 아기자기하게 펼쳐 놓는다. 이 산줄기들이 지나며 골골이 새겨놓은 골짜기를 따라 넓게 형성된 분지, 이 분지 안으로 작고 큰 내와 강들이 자리해 있다. 북동 북서 북남 산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자리한 갑천, 대전천, 유등천의 물은, 남서쪽으로 흘러내려 금강과 하나 되며 서해까지 긴 나들이를 한다.
한밭의 옛이야기는 대전지역의 이러한 지리적 조건과 환경을 바탕으로 생성되었다. 이곳 자연을 둥지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삶이 지속되면서, 숱한 사연과 역사가 시차적으로 파생되었다. 이런 것들이 말과 글로 형성되고 구전되고 의식화되고 계승되면서, 혹은 가벼운 것으로 혹은 비중이 있는 것으로 자리 잡아, 오늘 우리 곁의 옛이야기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파생된 옛이야기는 이곳의 숨결, 정신, 문화, 그 시대적 역사의 형성 과정들을 사실로 혹은 비유로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러한 고귀성과 가치 그 성격으로 인해, 내 고장 옛이야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우 소중한 우리들의 문화유산이다. 이런 귀중한 문화유산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날로 퇴색되고 경시되어 가는 풍조는 실로 걱정스러운 바가 적지 않다.
한밭에 전해지는 이야기들의 거의 대부분은 대전이 큰 도시로 형성되기 이전에 파생된 것들이다. 그러기에 전하는 이야기마다 오늘의 각박함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과 순박함을 간직하고 있다. 참다운 인간성, 도덕성, 순수성이 날로 퇴색되어 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심성적 교훈이 마디마디 배어있는 옛이야기만큼 현대인의 마음을 순화시킬 교훈이나 묘약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날로 각박해져 가는 현 사회의 모순과 병폐, 비정함을 바로잡고 순화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비인간성이 판을 치는 약육강식의 냉혈적 사회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옛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선조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무엇을 두려워했으며 무엇에 최고의 가치를 두었던가를 다소나마 알 수 있다. 이는 곧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소중한 교훈이 되며 바른 심성으로 인도하는 길라잡이가 된다. 옛이야기가 오늘에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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