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근]아쿠아월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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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근]아쿠아월드 리스크

[기고]남진근 대전시의회 의원

  • 승인 2011-02-06 13:14
  • 신문게재 2011-02-07 21면
  • 남진근 대전시의회 의원남진근 대전시의회 의원
▲ 남진근 대전시의회 의원
▲ 남진근 대전시의회 의원
모범은행으로 꼽혔던 신한금융이 잘나가다가 지난해 경영진 내분으로 CEO 리스크가 불거져 체면을 구겼다. 은행장이 지주회사 사장을 고소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서로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소송과 폭력으로 진흙탕 싸움을 연출했다. 신용추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주가도 폭락을 그렸다. 떨어졌던 주가는 반등했지만 신뢰는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

2004년, 2009년 1월에 이어 갑작스럽게 세 번째 병가를 낸 스티브 잡스 때문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최강자 애플이 충격에 빠졌다. 처음에는 암 징후를 조기 발견한 덕에 간단히 수술하고 바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엔 '빨리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만 말해 여러 얘기가 떠돌고 있다. 역시 '잡스 리스크' 여파로 애플 주가는 떨어졌고 삼성전자 주가는 100만 원을 넘기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손자병법에 '싸움에 능한 자는 솔연(率然')과 같다'는 고사가 있다. '솔연'은 회계(會稽)의 상산(常山)에 사는 거대한 뱀인데, 이 뱀은 사람보다 몇 배나 길다 해서 '장사(長蛇)'라고 불렀다. 머리를 치면 꼬리로 공격(攻擊)하고 꼬리를 치면 머리로 공격해 온다. 또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 양쪽으로 공격하는 그야말로 비호같은 독사였다. 이렇듯 군진(軍陣)을 칠 때는 바로 이 솔연처럼 '긴 뱀이 땅을 돌돌 말 듯한 진(長蛇捲之陣)'을 쳐야 전술에 유리하다고 한다. 여기서 장사진(長蛇陣)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싸움터 아닌 곳에 종종 많은 인파가 장사진을 치고 있다. 특히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곳은 물론이고, 운수대통(運數大通)하기 위해 전·현직 대통령 생가도 매일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또 '통큰 치킨' 때문에, '물건 좋고 값싼 물건' 때문에 대형마트 앞의 장사진도 생각난다.

그뿐이랴. 올해 들어 대전 명산 보문산 중턱에 아쿠아월드가 개장하면서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다름 아닌 보문산 5거리부터 전시관까지 1㎞에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장사진(長蛇陣)이다. 내부 전시물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은 고사하고 주차장 대책 없이 졸속 개장을 강행한 아쿠아월드 리스크가 불거져 원성을 사고 있다. 이를 빗대 대전시와 아쿠아월드 합작품이라느니, 예견된 교통대란을 알고도 묵인했다느니, 아쿠아월드 꼼수에 뒷북 행정 궁합이 맞았다느니, 교통영향평가 피하려 인·허가 절차를 이원화 했다는 등 여러 의혹들이 억측을 낳고 있다.

행여 '아쿠아월드 리스크' 여파로 애플 주가가 떨어지듯 대전 관광마케팅 이미지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떨어졌던 주가는 다시 반등할 수 있겠지만 한번 손상된 관광마케팅 이미지는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잡스 리스크' 여파로 사상최고치를 갈아 치운 삼성전자 주가처럼, 이번 '아쿠아월드 리스크'를 경험으로 1km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장사진을 갈아 치울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떻게라도 해서 민자사업을 유치해 대전 관광과 원도심 경제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냥 저냥 못 본 척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 좋다'고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미래 관광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중동의 우화에 낙타의 코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사소한 듯해서 방심했다가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뜻이다. '낙타를 끌고 사막을 건너던 나그네가 텐트를 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낙타가 추위를 피해 텐트 안으로 코를 들이 밀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이번엔 낙타의 머리가 텐트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얼마 지난 다음 다시 잠에서 깨어 보니, 낙타의 큰 몸이 통째로 텐트 안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나그네는 결국 텐트 밖으로 밀려나 추위에 떨며 밤을 새워야 했다'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야무지게 대비해야 탈이 없다는 뜻이다. 대전 관광마케팅 이미지는 지금부터라도 챙겨야 탈이 없다. 관광환경이 급변하면서 관광마케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대전 관광 사업의 운명이 갈린다. 너 나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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