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성룡초 교감 |
남 앞에 서기도 어려운데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전제될 경우에는 더욱더 떨리기 마련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끝이 쭈뼛쭈뼛해진다. 실수는 하지 않을까, 어려운 질문에 쩔쩔매지 않을까 걱정된다. 게다가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쓰게 될 경우에는 말해서 무엇하랴!
필자가 그러했다. 필자는 주로 독서·논술·NIE 분야의 강의나 심사, 집필에 참여했었다. 고광산 교육연구사가 '수업 장학' 분야로 강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였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교사들의 수업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으니 까짓것 한번 해 보자며 최면을 걸었다.
마음을 다잡으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겨울방학과 동시에 수업과 관련된 2종류의 원격연수를 선택했다. 30시간씩 60시간을 이수하니 수업에 대한 이론이 어느 정도 다져졌다. 틈틈이 정리했던 수업컨설팅 내용을 다시 꺼냈다. 신문도 뒤적이며 단단하게 무장을 했다.
강의 원고는 필자만의 색깔이 드러나게 작성하고 싶었다. 며칠에 걸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수업 전문가들에게 이론은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사례를 많이 제공하고 싶었다. 본보기가 아닌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하길 기대했다.
원고의 첫 페이지에는 필자가 교직 3년 되던 해(1985년), 수석교사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던 신문 기사를 배치했다. 대전교육청에서 시달한 '2011학년도 수석교사 선발 기본 계획'에서 존경 받고 수업 잘하는 수석교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와 '수석교사의 역할' 부분도 발췌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매달 발간하는 교육전문지 '교육마당21'과 '꿈나래21', 그리고 일간 신문을 들췄다. 방경태, 주진숙, 이영숙, 김행교, 윤소라 교사가 기자와 인터뷰하며 필자를 멘토로 지목했던 기사를 찾아 인용했다. 멘티 교사들이 기억해 주는 수석교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수석교사는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뜻에서 컴퓨터에 날짜별·선생님별로 정리해 두었던 컨설팅 목록을 캡처해 붙였다. 선발된 교과의 내용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교사용 지도서와 해당 교과서를 분석해 제시했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노하우(know how) 못지않게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know-where)에 대해 안내하는 것도 수석교사의 몫이라 생각되었다. 표준어나 문장부호는 국립국어원을 통해, 미술과에서 주로 다루는 색상 이름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렇게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강의실에 들어섰다. 서산에 강의하러 갈 때마다 손발이 되어 주시던 박창옥 교사, 필자로부터 NIE 강의를 들었던 청주의 김경순 교사가 눈에 띄었다. 아는 사람들 앞이라 부담 되었지만 준비한 대로 진행했다. 동일한 주제로 6명의 강사가 나섰기에, 필자에게는 30명의 연수생이 배당되었다고 했으나 서서 듣는 교사들도 눈에 띄었다.
별도로 준비해 간 70부의 자료도 동이 났다. 2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강의를 마친 후 몇몇이 더 알고 싶다며 잡아 세웠다. 미리 잡혀 있던 약속은 수석교사들의 열기에 미뤄졌다. 우리 교육이 수석교사들 덕분에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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