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어머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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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어머니 노래

[기고]김기홍 505여단장·대령

  • 승인 2011-02-01 13:48
  • 신문게재 2011-02-02 20면
  • 김기홍 505여단장·대령김기홍 505여단장·대령
▲ 김기홍 505여단장·대령
▲ 김기홍 505여단장·대령
며칠 전 대전에서 한 공직자의 어머니 살해 사건이 보도되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피해자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신분의 모친이고, 피의자가 바로 아들인 것으로 밝혀져 많은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더군다나 범인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일류 대학급을 나온 간부고,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 살해 이유도 어머니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충격과 허탈감은 더 큰 듯하다.

필자는 얼마 전 어머니 노래라는 책을 펴냈다. 어머니께서는 사관학교 2학년 때인 1979년 12·12사태 때 세상을 떠나셔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병상에 누워계실 때도 엄격히 통제된 생도생활로 인해 병수발이나 이렇다 할 효를 한번 해드리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됐다.

그래서 군 생활 3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어머니 생전에 저지른 불효에 대한 참회와 사모의 마음, 그리고 자식을 위한 헌신과 주변에 베푸셨던 따뜻한 덕행을 글로 정리해 어머니 영전에 바침으로써 못다한 효를 대신하고, 후손들이나 주변 많은 사람들에게는 효행을 일깨우고 실천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부족하나마 책의 모습을 갖추어 본 것이다.

즉,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노래와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위한 노래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뒤늦게 철이 들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이 책 에필로그 중에는 '어머님이 단 하루라도 돌아오신다면 옛날에 철이 없고, 여건이 되지 못해 해드리지 못한 것들을 이것저것 해드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피력한 부분도 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어머니가 돌아오신다면, 사랑했던 자식들과 늘어난 식구들 모두 모여 한 아름의 꽃다발을 안겨드리며 큰절로 어머니를 반갑게 맞이하고, 어머니 살아생전에 지었던 산 같은 불효도 모두 빌 것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다시 돌아오신다면, 생전에 못해드린 고운 한복도 한 벌 사서 입혀드리고, 그 거칠어진 손과 주름진 얼굴을 곱게 펴줄 좋은 화장품도 사서 발라드릴 것이며, 한평생 힘든 일로 고단해진 어깨도 시원하게 주물러드릴 것이다.

다시 떠나실 때가 되면, 모든 자식들 다 모여 어느 한 아들이라도 못 본 채 눈을 감으시는 일이 없도록 하고, 외롭지 않게 떠나시도록 두 손을 꼭 잡아드리고,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릴 것이다. “엄마! 평생 자식들을 위해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어머니 뜻 받들어서 잘 살아나가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 큰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아무 걱정 하시지 말고 편안하게 주무세요.” 단 하루만이라도 다시 살아 돌아오신다면, 이렇게나마 모자간에 못다 한 회포를 풀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나눠 어머니나 자식에게 한도 아쉬움도 없도록 하고 싶다. 아마 부모님을 일찍 여읜 사람들의 모두의 마음이 될는지 모르겠다.

이제 가장 큰 명절인 설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고유 명절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끈끈한 정을 나누고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데 의미가 있다. 어릴 적 설날이 되면 집안 어른은 물론 이웃어른들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세배 인사를 드리던 생각이 난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부모님은 자식들을 위해 한 평생 헌신하는 삶을 사시지만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시지 않는다. 단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또 국가와 사회에 폐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바르게 살기를 기대하실 따름이다. 옛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밤중에 정화수를 떠놓고 간절히 기도를 드리곤 하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요즘도 부모님의 마음은 비슷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樹欲靜而風止 子欲養而親待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나무는 가만히 있으려하나 바람이 그치지를 않고, 자식은 부모님을 봉양코자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주시지 않네)'라는 말이 있듯 자식들은 부모님이 세상을 꼭 떠나신 후에야 그 큰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인가? 필자도 불효를 많이 해 별 할 말은 없지만, 연로하거나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는 부모님을 꼭 붙들어 매지는 못할망정 자신을 온갖 희생과 정성으로 길러주신 어머니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 앞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긴 하나 물질만능주의의 극치라고 해야 할까?. 어쩌다가 우리 사회에 자식이 쉽게 어머니를 죽이는 일까지 생겼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잔머리 굴리는 재주만 있고 가슴 속의 따뜻한 인성과 도덕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짐승보다 못하고, 오히려 짐승 앞에서 추하고 부끄러운 존재가 되지 않겠는가.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위해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면서 자식의 성공과 건강을 비는 노래를 한평생 불러오셨다. 반복되는 갈구와 기도가 바로 '노래'인 것이다. 각자의 인생에서 여러 후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모님께 불효한 후회를 갖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위한 노래를 불러드려야 할 것이다. 가진 것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많이 있다. 이번 설에는 최소한 부모님의 건강을 살피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노래라도 불러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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