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가슴으로 타인을 이해할때 행복한사회 앞당길 수 있어

[김영기]가슴으로 타인을 이해할때 행복한사회 앞당길 수 있어

  • 승인 2011-01-31 21:27
  • 신문게재 2011-02-02 9면
  • 김영기 바르게살기운동 대전광역시협의회부회장김영기 바르게살기운동 대전광역시협의회부회장
▲ 김영기 바르게살기운동 대전광역시협의회부회장
▲ 김영기 바르게살기운동 대전광역시협의회부회장
사랑은 무엇일까? 어느 대중가수의 노랫말처럼 눈물의 씨앗일까? ‘사랑’은 ‘이해’아닐까? 이해는 영어로(understand)언더스텐드 즉, 밑에 서준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주는 것이 이해고, 자기 위치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질 때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지난 해 4월 서초동 소년법정에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A양(16)에게 서울가정법원 김 모(47)부장판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렴.” 무거운 보호 처분을 예상하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던 A양이 쭈뼛쭈뼛 일어나자 김 부장판사가 다시 말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다.

김 부장판사는 “내 말을 크게 따라 하라”고 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큰 목소리로 따라 하던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A양은 그동안 14건의 절도·폭행을 저질러 이미 한 차례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다. 법대로 한다면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같은 무거운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이날 A양에게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는 불(不)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가 내린 처분은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뿐이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A양이 범행에 빠져든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A양은 2009년 초 남학생 여러 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A양은 당시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양은 학교에서 겉돌았고,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말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눈시울이 붉어진 김 부장판사는 눈물범벅이 된 A양을 법대(法臺) 앞으로 불러 세웠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A양의 손을 꽉 잡았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사이를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무서운 벌을 주지 않았지만 그 소녀의 심정이 되어 이해하고 사랑으로 내린 판결이 한 소녀에게 세상은 역시 살맛나는 아름다운 것임을 희망으로 안겨주었다.

살맛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은 자기가 있는 위치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그 사람 심정이 되어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질 때 좀 더 빨리 이루어진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가슴으로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손 내밀지 못하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우리단체의 생각만 내세운 일은 없었는지 활동가들 스스로 자신을 뒤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낼은 우리고유의 명절 설날이다. 국민모두가 고향을 찾고 행복해야 할 설날인데도 구제역과 높은 생활물가와 유난히 추운 날씨에 힘들어하는 축산인과, 추위보다 더 큰 외로움에 떨고 있는 노숙자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족 등 우리가 보살펴야 할 이웃이 있다. 그들의 마음이 함께 기쁘고 행복하지 않는 설날은 의미가 없다.

함께하는 마음이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처럼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져 이 추위를 이겨내고 희망으로 새봄을 맞이하는 행복한 설날이 되기를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5.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