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현 기초연 자기공명연구부 책임연구원 |
최근 들어 국내 의료시장을 겨냥한 의료관광이라는 말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한류 관광의 측면에서도 꽤 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기술이 상당히 우수하고 특히 의료진의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의료기술이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치료하여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미뿐만 아니라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어쩌면 자동차나 게임기를 수출하는 것보다 유망한 고부가가치의 사업이 될 것이다.
이렇게 국민 건강 증진 및 산업경제적 의미를 동시에 가진 의료기술의 발전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앞서 언급한 MRI는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수술 없이 몸 안의 상태를 영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의료장치다. 동시에 새로운 이론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물리학, 화학 등의 기초과학과 세포실험, 동물실험 등 응용과학 분야에서 연구에 사용하는 과학장치다. 이 때문에 연구용 인체 MRI의 도입은 과학과 의학이 직접 만나 협력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정부에서도 이 장치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지난해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통하여 '연구용 휴먼 MRI 설치활용사업'을 시작하여, 이미 개념설계와 제작사 선정을 마치고, 올해 우선 3 T MRI 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을 통해서는 3 T급 MRI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7 T급 MRI 장치도 도입하게 된다. 이들 MRI 장치를 연구 전용으로 활용하면, 간·심장·근골격계·뇌 등 인체 각 부분에 대한 질환과 기능에 대한 연구를 융·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암의 조기 발견을 비롯, 간경화의 진행 판단, 심장병의 예방, 뇌졸중의 가능성 타진, 알츠하이머의 병인규명, 뇌 기능의 이해와 활용과 같은 많은 부분에서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또한 이들 장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RF 코일의 제작과 영상분석 소프웨어 개발도 필요하며, 원활한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원의 훈련, 운영예산의 확보 등이 필요하다. 관련 학계와도 협력하여 본격적인 연구전용의 의료장비로서 의생명과학과 뇌인지융합과학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MRI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체영상 연구시스템은 과학과 의료의 융합분야인 의생명과학에 필수적인 연구시설장치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국가 연구장비시설 구축 로드맵'을 통해 의생명과학 연구의 기본 도구가 되는 '첨단 생체·분자영상 연구' 시스템의 구축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는 생체를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상 없이 관찰하는 MRI·PET·CT·초음파 영상기 등과 생체의 일부분을 떼어내거나 시편화하여 분석하는 질량분석영상기·전자현미경·광학현미경 등 필수 연구시설 장치들이 적절하게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구축된 시스템에 더하여 국가 의생명과학연구 공동활용 시스템으로 기능하여 과학과 의료산업에 크게 기여하도록 구체적이고 시급하게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물리학과 화학의 주제였던 자기공명 현상이 생물학적 응용을 거쳐서 의료진찰진단의 핵심으로 활용되며, 이것이 산업부흥의 큰 줄기에 기여하는 모습이 수십년에 걸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이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나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수사적이고 정치적인 논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고민으로 옮겨가야 한다. 생체영상과학 연구에 관심을 갖고 예산배분과 인력양성에 힘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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