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웃음, 감동... 황금연휴 골라보는 '재미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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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웃음, 감동... 황금연휴 골라보는 '재미 톡톡'

  • 승인 2011-01-31 14:12
  • 신문게재 2011-02-01 14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 액션◀

■ 그린 호넷 3D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세스 로건, 주걸륜

<줄거리>
미디어 재벌 아버지 덕에 매일을 흥청망청 보내는 망나니 브릿.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되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브릿은 무술에도 능하고 만능재주꾼인 가토와 ‘그린 호넷’을 결성하고, 도시의 악과 맞선다.

이소룡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물에 빠지지 않는 사진이 있다. 50대 장년층이 학창시절에 입었음직한 교복패션에 가면을 쓴 사진. 1966년 ABC에서 방영된 드라마 ‘그린 호넷’에 가토로 출연했을 때의 모습이다. 당시 이소룡은 점프해 전등을 차서 깨는 액션으로 단박에 액션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소룡 말고도 ‘그린 호넷’은 기억해둘만한 캐릭터다. ‘그린 호넷’이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 드라마를 통해 첫 선을 보인 건 1936년. 슈퍼맨이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게 1938년, 배트맨이 그 이듬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슈퍼히어로들의 조상이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 호넷’은 백만장자인 브릿과 탁월한 과학기술에 무술실력까지 갖춘 가토로 이뤄진 자경단(自警團)이다. 흥미로운 건 배트맨의 로빈처럼 보조역할이 아니라 대등한 짝패라는 점. 때문에 둘은 뭉쳐 싸우지만 곧잘 티격태격 거린다. 이런 갈등이 단조로운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고 이야기의 결도 한결 풍성하게 만든다.

2011년판 ‘그린 호넷’은 악당 처드노프스키에 맞서 118분의 시끌벅적한 대소동을 선사한다. 코미디언 세스 로건이 어른이지만 정신은 고교생쯤 되는 브릿을, 아시아권에서 배우보다 가수로 더 유명한 주걸륜이 가토를 연기한다. 3D 효과는 어지럽다. 차라리 2D로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 타운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벤 애플렉, 레베카 홀

<줄거리>
찰스타운의 친구들과 기가 막히게 은행을 터는 더그. 그는 인질로 잡았던 클레어와 사랑에 빠진다. 더그는 범죄에서 손을 떼고 새 삶을 꿈꾸지만 동료와의 우정이 발목을 잡는다. FBI의 수사망은 강도단을 조여 온다.

“찰스타운에서 은행 강도는 대물림되는 기업과 같다”는 말로 영화는 시작된다. 은행 강도의 이야기라는 거다. 그러나 은행을 털기까지의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한 범죄드라마는 아니다. 은행을 터는 장면은 영화 도입부에 화끈하게 지나간다. ‘타운’은 사랑에 빠진 은행 강도, 범죄의 수렁에서 발을 빼려 발버둥치는 한 사내의 이야기다.

범인이 인질로 잡았던 여자와 사랑에 빠지거나 범인의 시각에서 범죄단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건 이미 다른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진 내용이다. 범죄에서 손을 씻으려는 주인공의 고뇌는 ‘디파티드’를, 마지막으로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도 ‘히트’를 빼 닮았다. 닳고 닳은 내용들을 담고 있음에도 ‘타운’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액션드라마와 낭만적인 로맨스를 절묘하게 교차시켜 끝까지 긴장감을 밀고 가는 정교한 솜씨다.

명작에 대한 강박이 느껴질 정도로 열심을 보인 감독이, 주연에 각본까지 쓴 배우 벤 애플렉이다. ‘히트’와 ‘다크나이트’의 트럭 전복 장면 등 명장면이 반복되지만 베끼려고 해서 베낀 게 아니라 최고를 보여주려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꽤 공들인 노력이 묻어나기 때문일 거다.

할리우드가 배우 출신으로 거장 감독 반열에 오른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기운을 애플렉에서 느끼는 것, 고개가 끄덕여 진다.


▶ 코미디◀

■ 평양성
감독: 이준익. 출연: 이문식, 정진영, 류승룡.
 
고구려와 나당연합군의 평양성 전투를 무대로 벌이는 이준익의 한판 마당놀이. 치매기에 풍도 맞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의 귀재 김유신과 강직하고 우직한 고구려의 자존심 남건의 대결이 기둥. 다시 전쟁터에 끌려간 살아남기의 달인 백제군 거시기 등 민초들의 드라마가 또 한 축을 이룬다.

 남생 문디 머시기 갑순이 등 매력적인 인물군에 전라도와 경상도, 함경도와 평안도의 사투리가 어우러지는 사투리의 스펙터클, 벌떼 공격 동물 투척 등 친환경 전술 등 풍자와 해학, 흥과 신명이 질펀하다. 설 연휴 가족관객을 겨냥해 욕설은 상당히 순화됐다. 그런 탓에 잔웃음은 잦아들었지만 깊이는 훨씬 깊어졌다. 웃음 뒤에 남는 페이소스의 맛, 맛깔스럽다.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이 원작. 하지만 머리 쓰는 추리 대신 웃음으로 푼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카리스마 강마에가 익살을 떤다. 탐정은 피살자 뒤통수에서 대침을 뽑아내 사인(死因)을 밝힐 때는 셜록 홈즈 뺨치지만, 말끝마다 “뭘 해도 완벽하지 않느냐”고 으쓱대는 ‘자뻑형’ 캐릭터. 강마에의 고집스러움에 가까운 김명민의 ‘허당 탐정’ 연기가 꽤나 유쾌하다.

오달수의 엇박자 연기가 맛을 더한다. 김명민-오달수 조합은 서로를 챙기다가도 때로는 ‘계급장’ 떼고 티격태격한다. 덕분에 사람 냄새 물씬하고 시종일관 활력을 유지한다. 둘은 공납비리 뒤에 숨은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뛰고 구른다. 캐릭터까진 재밌는데 이야기 짜임새가 요령부득이다.

■ 걸리버 여행기
감독: 롭 레터맨. 출연: 잭 블랙, 에밀리 블런트.
 
볼거리만큼은 풍성하다. 거인 걸리버를 위한 커피 머신기에서 바닷가 절벽에 자리한 럭셔리 주택에 나중엔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변신 로봇까지 등장한다. ‘스타워즈’와 ‘아바타’, ‘타이타닉’을 조합한 공연물이라든가, ‘아이폰’을 패러디한 ‘G폰’과 ‘걸빈 클라인’을 소인국 유행시키는 것 등 현대 문화 패러디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잭 블랙에 잭 블랙을 위한 잭 블랙에 의한 영화. 배불뚝이 ‘루저남’의 소인국 여행기를 통해 누가 진짜 ‘소인’인지를 묻는다. 자기보다 왜소하다고, 못 생겼다고,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낮보고 쉽게 보는 사람이야말로 소인이라는 거다. 착한 메시지는 좋지만 단조로운 스토리에 캐릭터도 빈약해 대중적인 재미는 별로다.

 
▶감동◀

■ 글러브
감독: 강우석. 출연: 정재영, 유선, 강신일.
 
마음이 망가진 프로야구 투수와 청각장애 야구부원들이 전국대회 1승을 위해 의기투합, 분투하는 이야기. 딱 예상 가능한 감동코드를 따라 흐른다. 웃음도 감동도 딱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터진다. 그러나 대중이 뭘 재밌어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강우석 감독의 감각 연출은 뻔하고 촌스럽고 투박한 이야기를 살아 뛰게 만든다. 웃겼다 울렸다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주인공 상만이 야구부원들에게, “남들에게 이상하게 들릴까봐 겁먹지 말고, 분한 만큼 억울한 만큼 소리 질러라”하고 외치는 대목은 가슴 저릿하다. 진정성을 뿜어내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투수 차영재 역의 장기범, 포수 역할의 김혜성 등의 열연은 실제 성심학교 선수들의 투혼을 보는 듯하다.
 
■ 클라라
감독: 헬마 샌더스-브람스. 출연: 마르티나 게덱
 
클라라는 19세기 독일에서 명성을 떨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이름 뒤에 붙은 성은 슈만이다.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로맨티스트 슈만의 아내. 둘의 사랑은 ‘세기의 로맨스’로 불렸다. 또한 슈만이 후계자로 아꼈던 브람스는 클라라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간직한 채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영화 ‘클라라’는 브람스가 슈만-클라라 부부 집에서 생활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세 사람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아 브람스 후손 헬마 센더스-브람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러브스토리. 슈만의 ‘라인 교향곡’, 클라라의 ‘로망스’등 당대의 음악이 가슴을 적신다. 대전아트시네마 3일 개봉. 상영시간을 꼭 확인하시길. (042)472-1138./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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