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무형 대전·충남수의사회 회장 |
많은 국민의 혈세가 구제역 방역에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질 않으니 시중에는 “한국 축산물 수출 규모가 연간 28억원 정도 밖에 안 되니 구제역을 근절하지 말고 일반 가축전염병처럼 백신 놓고 그냥 사육하면 어떤가?”, “구제역이 사람에게는 해가 없다니 살처분한 고기를 식용으로 먹어도 좋지 않은가?”, “이렇게 손실이 클 바에는 차라리 축산업을 없애고 외국에서 고기를 수입해 먹는 것이 낫지 않느냐?” 등 설익은 대안이 무성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고 국격을 높이고 외국에서 대접받는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구제역의 뿌리를 뽑아 청정국이 되어야만 한다. 구제역이 상재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은 고비용 때문에 구제역 박멸운동을 할 엄두를 못 낸다. 구제역 청정국가인 미국, 캐나다, 영국을 위시한 서유럽국가,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가는 정부가 앞장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농민과 일반 시민들이 동참하여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악성가축전염병을 막아내고 있다.
미국은 백년 전 유럽에서 유입된 구제역이 소와 돼지에 창궐하여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1920년대 강력한 법을 제정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살처분법으로 방역해 1929년 캘리포니아주 양돈장에서 발생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는 1983년에 근절했고, 영국은 2001년 남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쇠고기가 매개되어 구제역이 면양에 발병하자 영국 정부는 8개월에 걸쳐 600만 마리의 우제류 가축을 살처분하고 17조원의 예산을 쓰고 청정국이 되었다. 구제역 박멸은 국가 방역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일단 국가가 돈이 있어야 시도할 수 있는 선진화 작업이다.
어떤 나라든 성장 발전단계에 따라 고통과 고비가 있기 마련이다. 이 고비를 제대로 넘겨야만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대만은 1997년 중국 본토에서 밀수된 쇠고기를 통해 구제역이 유입되어 살처분 방법을 시도했으나 막지 못하여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끝에 7년만인 2004년 청정국 지위를 획득했지만 2009년에 재발되어 지금은 구제역 상재국이 되어 국제간 교역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구제역을 박멸하지 못하고 백신접종과 재발의 사이클을 도는 즉 구제역 상재국이 되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중국 같은 나라와 동격이 되어 그동안 이들 국가에서 아주 저가로 생산되는 축산물을 구제역을 빌미로 수입을 막았지만, 그 빗장을 풀 수 밖에 없게 된다. 즉 WTO 규정에 따라 수입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게 되니, 자동차, 첨단전자제품 등을 수출해야 만 살 수 있는 우리 들은 값싸고 저급한 소와 돼지고기를 수입해 줄 수 밖에 없고 국내 축산업은 몰락의 길로 들어 서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선진국으로 여행할 때 마다 입국수속이 까다로워지는 수모를 감수해야하고 우리나라로 오는 여행객들도 자제를 하게 될 것이니 관광과 문화산업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들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고 유지해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제 전국적으로 소와 돼지에 백신을 접종하게 됨으로써 임상적 발생 빈도는 차츰 줄어 들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구제역의 완전 종식까지는 다소 장기간이 소요되겠지 만, 축산인, 지자체, 중앙정부가 전력을 다하고 모든 시민들이 방역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 준다면 구제역은 결국 박멸될 것으로 본다. 민족의 큰 명절 설을 맞아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어 구제역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아져 문제시 되고 있다. 부득이 귀성하게 되더라도 축산농가 방문은 삼가야 하고, 시골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일도 자제하고 차량과 사람의 소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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