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쌓인 낙엽 위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숲속의 나무들이 하얀 눈 위에 몸체를 드러낸 사이로 산등성이의 모습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주말에는 이 매서운 날씨에도 말보다 값진 묵언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어 산사를 찾았다. 자연과 함께 해 온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절집 부근에서 누군가 쌓아 놓은 돌탑 하나하나의 사연에도 귀 기울여 보고, 풍우에 견디어 온 석탑에서는 새 소망을 빌어보기도 하면서 온갖 망상을 떨구어내려 했다.
여름내 녹음이 우거져 위용을 뽐내던 산도 가을 잎을 떨구고 잔가지를 드러내며 겨울 산으로 변하였다. 윤곽이 드러난 겨울 산줄기를 보고 있자니 있는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은 한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여유인 듯 싶다.
절 구석구석에 스며있을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던 중 문득, 사십 여년 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가 떠올랐다. 은퇴할 즈음이 되니 고향 소식도 궁금하고,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던 그 친구는 40여 년 전 고향을 떠나 봄의 싹을 틔우고 여름의 무성한 잎을 달고 찬란한 가을 색으로 빛나던 -나름대로 자수성가 했다고 할 수 있는- 고향 친구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극심하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려면 특출한 시험성적을 내든지 아니면 뛰어난 능력을 갖추어 보여주든지 경쟁자들을 제치고 앞서야만 한다.
그런데 지극히 평범하게 보이는 것이 특별하게 보여서 이런 치열한 경쟁률을 통과했다면 과연 요즈음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취업에 성공한 한 20대 젊은이가 면접시험장에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자신의 생각에 대한 변화가 자신의 인생을 성공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다시 말하면, “생각은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 행동은 자신의 습관을 바꾸며, 그 습관은 자신의 인격을 만들고, 결국은 그런 인격이 자신의 운명을 만든다”고 굳게 믿고 준비해 왔다는 것이었다.
이 겨울, 고향친구를 생각하며 취업 시험장의 젊은이 말이 다시 한번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 젊은이의 인생은 30~4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과거를-우리가 과거를 되돌아 보듯이-되돌아볼까.
40여 년 전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나름대로 기반을 닦고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이 젊은이와 같은 시절에는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그려보던 그 때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우리 인생에서도 우리 운명에 대한 정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의 결과를 낳는지를 잘 알 수 있을 듯 싶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는다는 사회학자들의 연구발표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나이 60의 이 겨울이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30년 후에 지금의 우리들을 돌아보며 그때가 아름다운 봄, 여름, 가을 또 겨울이었지라고 할 수 있도록 생각과 행동과 습관의 변화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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