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신문사에서 우편물 관리 일을 하는 걸리버. 짝사랑하는 여기자 달시에게 자신이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고 허풍을 떨다가 졸지에 버뮤다 여행기를 맡게 된다. 급류에 휘말려 표류하는 그가 눈을 뜬 곳은 소인국이었다.
주인공 레뮤얼 걸리버는 뉴욕의 한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물 관리만 하고 있다. 번번이 승진 기회에서 미끄러졌고, 자신의 재능에 대해 허풍을 떨지만 그걸 실천에 옮길 용기도 없다. 여행면 여기자 달시를 짝사랑하지만 다가설 자신이 없다. 이 뉴욕의 걸리버는 은유적인 의미에서 ‘소인’이다.
하지만 그는 소인국에선 ‘대물’이 된다. 물리적으로도 크지만, ‘크기’는 자신감을 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는 그를 모르는 소인국 사람들에게 맨해튼 국가의 대통령이자, 비틀스 노래를 만든 사람이며, ‘타이타닉’과 ‘아바타’, ‘스타워즈’ 시리즈의 창조자가 된다. 그런 그도 거인국에선 레이스 달린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일 뿐이다. 영화는 걸리버가 겪는 다양한 모험을 보여주면서 톡톡 튀듯 묻는다. 과연 진짜 ‘소인’은 누구고, ‘거인’은 누구냐고.
이 착한 메시지를 잭 블랙이 온 몸으로 전달한다. 익숙한 ‘루저’ 이미지에 특유의 뚱하고 뻔뻔한 매력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불룩한 배로 적국의 포탄을 튕겨 내거나, 거인국 소녀에게 붙잡혀 여자 인형이 되어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게 좀 강해진 정도랄까.
볼거리는 풍성하다. 거인 걸리버를 위한 커피 머신기에서 바닷가 절벽에 자리한 럭셔리 주택에 나중엔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변신 로봇까지 등장한다. ‘스타워즈’와 ‘아바타’, ‘타이타닉’을 조합한 공연물이라든가, ‘아이폰’을 패러디한 ‘G폰’과 ‘걸빈 클라인’을 소인국 유행시키는 것 등 현대 문화 패러디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3D 효과도 괜찮다. 영화 말미 ‘War’ 노래에 맞춰 걸리버와 소인들이 집단 군무를 추는 대규모 장면은 걸리버와 소인들을 따로 찍어 합성한 장면임에도 합성티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조로운 스토리에 캐릭터도 빈약하다. 대중적인 재미도 별로다. 잭 블랙을 잘 모르는 관객은 “딱 어린이용 영화네”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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