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에서 무상급식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무상급식을 과연 지금 당장 실현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무상급식이 '복지'의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를 해야 할 곳이 분명 '급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상학교급식이 당장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공교육의 활성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교육을 생각하면 무상급식보다도 더 시급한 일들이 많다. 이미 입시교육이 되어버린 교육의 현실에서 무상급식이 교육을 바로 잡을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무상급식보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통한 학교정상화가 더 시급한 일이고, 이렇게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면 무상급식으로 인해 나타날 효과보다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상급식 논란을 보고 있자면, 교육현장에서 공교육 정상화는 이미 논의의 장을 벗어난 것 같은 인상이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보다 급식이 시급한 일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급식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상급식 때문에 교육현실과 교육현장의 문제들이 파묻혀 버리고 있으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이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다른 어떤 것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되고 염려도 된다.
사실 '복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질적으로도 양질의 복지가 이루어진다면 최선이다. 그러나 복지는 정말 복지가 필요한 사람과 복지의 혜택이 없어도 스스로 그 혜택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복지가 '공짜'라는 인식으로 여겨져서는 복지가 아니다. 그리고 복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분배'의 고리를 같이 가지고 있다.
또한 '분배'는 모두가 고르게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질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복지'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하고 질적으로 합당한 혜택이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는 이런 세부적인 고려가 없는 것 같다. 꼭 필요한 부분도 아니고, 또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고르게 나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물론 모두에게 충분하게 다 돌아가는 복지의 혜택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선 나누어야 할 전체의 몫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두에게 고르게 나누게 되면, 복지의 혜택이 정말 필요한 부분과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복지'라는 미명 아래서 복지가 '빈곤한 복지'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빈곤한 복지'는 어떻게 보면 복지가 아닐 수 있다. 정말 필요하고 긴급하게 지원해야할 부분에 대해 충분한 복지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하게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는 것은 어쩌면 말 그대로 '이상' 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부분과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평등의 복지'는 그냥 말 그대로 '공짜'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렇게 주어지는 복지는 복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과연 어떤 '복지'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빈곤의 복지'를 골고루 나눌 것인가 아니면 정말 필요하고 질적으로도 우수하고 충분한 '부자의 복지'를 꼭 필요한 부분과 사람들에게 나눌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부자복지'를 온 국민이 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최선이고 확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 '부자복지'를 모두가 다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문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의 문제를 원점에서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