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연세소아과의원 원장 |
사장님들은 '웬만한 얘기는 내가 다 듣고 알고 있으니 어디 한 번 새로운 얘기로 나를 한 번 놀라게 해 봐'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고, 교수님들은 웬만한 논리에는 설득당하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고위 공무원들은 좀체로 표정을 내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꼬리가 내려가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이 표정을 통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심리적으로 볼 때 얼굴 중에서 볼의 근육은 즐거운 마음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고 이마는 불편한 마음을 표시하는 자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마의 근육이 운동을 하면 화가 나고 불쾌한 마음이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볼의 근육이 움직이면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사회 지도층에 계신 분들은 희로애락, 특히 즐겁고 기쁜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면 위엄을 잃어버린다는 생각 때문에 볼의 근육들이 움직이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볼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입꼬리에 힘을 주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높으신 어른들은 입꼬리가 내려간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금산여성문화제에서 어느 여성 강사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청중은 대부분 중년과 노년의 여성들이었고, 강사는 라디오에서 아침마다 예쁘고 상큼한 목소리로 수많은 사람들의 아침 출근길을 즐거운 자리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다. 소위 '애정당 당수'라고 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나도 그 프로그램을 들으며 출근하던 사람 중 하나였기에 대단한 기대를 갖고 강연을 들었는데, 속으로 많은 실망을 했다. 얘기에 알맹이가 없었고, 내가 보기에는 그렇고 그런 얘기들만 나열하면서 시간을 채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청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나에게는 별로 재미없는 얘기 갖고도 '까르르'하는 웃음이 나왔고, 별로 신기하지 않은 주제에도 '아!'하는 감탄이 쏟아졌다.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은 작은 즐거움도 크게 즐길 줄 아는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 같았다. 그 할머니들의 웃음을 들으며 깨달았다. 내가 바로 입꼬리 내리고 '나를 한 번 감탄시켜 봐라' 하고 팔짱 낀 사람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 자리에 나온 청중들이 바로 행복한 인생을 위한 준비가 잘 된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수록 웬만한 얘기는 이미 들은 것 같고, 시작하는 모습만 보면 끝도 알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보다도 더 크게 산적해 있다는 것을 잊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말 열심히 듣고, 작은 일에도 감탄하고, 작은 즐거움에도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내 인생 자체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토끼의 해라고 하는 올 한 해는 '작은 일에 감탄하고 감사하기'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봐야 하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