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곧 경도이고, 경도가 곧 시간이다. 경도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0도로 정하고, 이를 본초자오선이라고 한다. 지구는 구이므로 360도다. 이를 하루 24시간으로 나누면 15도가 나온다. 즉 1시간은 경도 15도에 해당한다. 길이로 따지면 경도 15도는 약 1000마일, 즉 1600㎞다. 바다에서 배의 위치를 파악하려면 위도와 경도를 알아야 하고, 경도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 해상시계가 필요했다. 해양강국으로 알려진 영국에서는 1714년에 경도법을 제정해, 누구든지 경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한 사람에게 최고 2만 파운드의 상금을 내걸 정도로 경도는 중요한 과학의 연구주제였다.
이 당시에 경도를 알아내는 방법으로는, 해상시계 이외에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베르너가 달의 운행경로 주위의 별들의 위치를 보고 시간을 예측해서 경도를 재는 월거법이 있었다. 마이어, 갈릴레오, 호이겐스 등 여러 천문학자들이 월거법을 이용해 하늘의 시계를 보고 경도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수백 년간 지속되었다. 영국의 왕립천문연구원 학자들은 이 월거법을 선호했는데, 제3대 왕실 천문학자 브래들리와 그 뒤를 이은 4대 블리스, 5대 매스컬린 목사 모두 월거법을 신봉해 평민 출신 시계공 존 해리슨이 만든 해상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월거법이 더 정확한 경도 측정법이라고 우기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책을 출판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존 해리슨이 경도상을 받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다.
이들의 온갖 방해공작에서 불구하고 존 해리슨이 혼신을 다해 네 번째 제작한 H-4시계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드디어 경도상을 수상했다. 40여 평생을 바쳐 투쟁한 결과였고, 그의 나이는 이미 70을 훌쩍 넘었다. 지름이 5인치, 무게는 3파운드에 불과한 회중시계로서, 1759년 당시의 금속가공 기술로는 우아함과 정밀성의 진수가 담긴 최고의 걸작품이었다. 그는 외아들 윌리엄 해리슨을 데리고 다섯 번째 해상시계 H-5를 인류에게 마지막 선물로 남기고 83세를 일기로 운명했다. 그가 제작한 5개의 위대한 해상시계는 지금도 영국의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돼 관람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시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간은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시간을 정확히 재기 위해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고, 왜 그렇게 시간을 정확하게 잴 필요가 있었는지, 그리고 존 해리슨이라는 영국의 평민 출신 시계공이 평생을 정밀한 시계를 제작하기 위해 음해세력들과 권력에 맞서 외롭게 투쟁해나가는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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