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폴란드, 체코, 헝가리,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발리 섬 등에 이르기까지 28여년의 여정을 오롯이 담아 냈다. 저자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인생과 예술에 훌륭한 스승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비뇽에서 만난 소녀(한국계 혼혈)에게 지게를 직접 만들어 달빛 아래를 거닐기도 했으며 폴란드 단스크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신부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초상화를 바치기도 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처녀의 품에서 어린 아이처럼 잠들기도 하고 짝사랑에 빠졌던 부다페스트의 집시소녀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일본의 게이샤 사요코와 낭만적인 산책에 이르기까지…. 이런 인연들 속에서 저자는 인생의 교훈을 듣기도 한다.
글의 종반부에서는 '자유와 꿈'만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여행자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유와 꿈이 사라져가는 오늘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어느 날 저자는 꿈속에서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 앞에 서 있다가 얼마 후 스스로 나무가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결국 저자는 인간과 자연 이상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없다는 단순진리를 끌어내며 마무리한다.
논산 태생인 저자는 1987년 베를린국립예술대 디자인과를 졸업, 세계문화예술축제 한국부문 총감독 및 무대디자인과 제3세계전통공연 무대디자인에 참여했다. 1984년부터 베를린을 중심으로 12회에 걸쳐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으며 현재 인테리어, 조경, 건축디자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멘토프레스/지은이 정수하/295쪽/1만4500원 /박은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