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환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자원부국인 주변 산유국과 달리 석유자원 고갈을 목전에 둔 두바이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국가개조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핵심은 '허브전략'. 여러 분야에 걸쳐 중동의 허브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고유가로 넘쳐나는 오일달러와 함께 고수익을 찾아 해외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황무지인 사막에 7성급 호텔과 인공섬, 테마파크, 쇼핑몰, 랜드마크가 들어섰다. 투자자의 높은 관심 속에 경제상식의 틀을 바꿔놓은 두바이는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2000년대를 풍미했다.
전문가들은 브레이크 없이 탄탄대로를 질주할 것 같던 두바이가 채무상환 연기를 요청하게 된 것은 경기과열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급을 통해 창출한 수요가 새로운 공급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가수요와 과잉유동성이라는 거품을 만들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자산가치가 일순간 급락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해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1000만 대가 넘는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를 맞았다. 도요타는 초우량 기업으로 일본정신의 승리이자 자부심이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기업이 벤치마킹했던 회사다.
필요한 부품을 적기에 필요한 만큼 공급받는다는 JIT(Just In Time), 카이젠(改善)을 통한 품질경영은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도요타를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으로 키웠다.
이런 도요타가 왜 하루아침에 추락하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과도한 원가절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원가절감을 위해 하청을 주었고, 하청업체가 늘면서 도요타가 감독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도요타의 원가절감은 결국 품질하락으로 이어졌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두바이와 도요타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영원한 1인자는 없으며, 누구에게나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나가던 기업이 어느 날 공중 분해되고, 시장 1위를 지키던 제품이 하루아침에 새로운 제품에 밀린다. 유일한 초강국이었던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에 시달리면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을 고조시킨 반면, 중국은 연평균 8%가 넘는 성장을 통해 국내총생산 규모에서 세계 2위로 등극하며 미국과 맞먹는 대국으로 성장했다.
야자수와 지구촌 모양의 인공섬, 상상을 현실로 만들며 세상의 찬사를 받던 두바이. 세계 일류의 품질과 신뢰를 자랑하던 도요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부침.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하지만 항상 긴장하며 새로운 흐름에 적응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만큼은 변하지 않는 절대명제다. 우리나라가 젊은 선진국으로 발전할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신흥국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변화를 선택하며,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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